비좁은 도로와 열악한 교통 여건 속에서도 3.5톤 트럭에 ATM과 냉장고, 100여 종의 품목을 실어 마을 어귀에 멈춰 서는 이 장터는 고령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다. 허리가 아파 읍내를 못 나가는 어르신에게는 곧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이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는 구조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일부 확대했지만, 농협이 운영하는 이동식 하나로마트는 여전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농협이 일반 대기업이 아닌 협동조합 형태로 수익을 농민에게 재투자하는 구조임을 고려할 때 규제 개선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농촌의 고령화와 교통 불편은 구조적인 문제다. 이동장터는 그 틈을 메우는 현실적인 대안이며, 단순한 생필품 판매를 넘어 지역민의 삶의 질과 존엄을 지키는 공공서비스에 가깝다. 그럼에도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로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지자체와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야 할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식품사막 문제는 단지 먹거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고령의 부모 세대가 농촌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동장터는 정부가 떠안지 못한 공공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그 공백을 계속 민간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지역농협의 이같은 노력은 수익모델이 아닌 고령 조합원을 넘어 농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도리이자 안간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역 실정에 맞춘 정책 유연성을 통해 이동장터가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