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의 핵심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공포와 수치심, 좌절감 등 비가시적 피해를 법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결정이다. 이는 향후 모든 국가폭력에 대해 실질적 배상과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광주 시민들의 기억 속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지닌 트라우마는 단순한 행정용어가 아니다. 1980년 5월의 참혹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지역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은 진실 규명과 책임자 단죄라는 민주주의 본령을 다시 확인시켜준 순간이었다. 시민사회는 “10만원의 배상은 상징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의 실현이다.
이 판결은 시민의 용기와 연대가 만든 결과물이다. 거리에서, 법정에서, 온라인 서명과 증언으로 이어진 참여는 공동체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과제는 남아 있다. 위헌적 계엄령이 가능했던 제도적 공백을 메우고,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사전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나아가 이 판결이 ‘끝’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될 추가 소송과 정치적·도덕적 책임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공포조차 책임져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시민 감시와 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위헌 계엄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은 민주주의가 또 한 걸음 전진했음을 의미한다. 법은 정의를 선언했고, 그 뒤를 공동체가 책임있게 이어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