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신안 증도 우전해수욕장도 해변을 따라 노송이 무성하고 고운 모래와 맑고 잔잔한 물결이 일품이다. 특히 태평염전에서 우전해변으로 이어지는 서해랑길 27코스 끝자락 해송 숲길은 10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는 증도의 명물이다. 해수욕장 왼쪽 언덕에 펼쳐진 리조트 ‘엘도라도’도 한때 황금의 도시라는 의미처럼 화려하고 멋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1925년 개장했다는 영광 가마미 해수욕장이나 모래사장 길이가 12㎞에 이르는 신안 대광 해수욕장, 검은 모래로 유명한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 등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해안선이 6475㎞에 이르는 전라남도는 오래 전부터 바다와 해수욕장을 테마로 하는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아 왔다. 영광에서 목포와 해남, 보성을 거쳐 여수까지 12개 시·군에 산재한 59개의 해수욕장은 바다와 산, 때묻지 않은 사람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의 보고다. 생동감 넘치는 어항마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고, 어디서는 만나는 갯바위도 어종이 풍부해 바다 낚시터로 인기가 높다. 밀려드는 바닷물에 휩쓸려 해변을 하얗게 덮는 해수욕장의 멸치떼도 전남에서 맛볼 수 있는 경이로운 장면이다. 모두가 천혜의 백사장이 만든 전남의 축복이다.
전남의 일부 해변이 침식에 의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슬로시티’ 증도의 상징인 신안 우전해수욕장은 모래밭이 무너져 사상 처음 전면 폐쇄됐다. 신안 압해 월포, 임자 대광 해수욕장 등도 모래 유실과 지반 붕괴의 위험에 노출 돼 있다고 한다. 해안침식은 인류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무분별한 매립과 항만의 방조제는 연안의 모래 이동경로를 바꿨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너울성 파도 등도 갈수록 모래밭을 침범하고 있다. 전남을 전남답게 만드는 미래 성장 동력이면서 소중한 국토의 일부인 백사장의 침식은 바다와 숲의 건강을 해치고 인간의 삶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연안침식. 그 미증유의 환란이 지속가능한 전남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