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긴 충격의 진실 ‘유성룡은 정말 영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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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숨긴 충격의 진실 ‘유성룡은 정말 영웅이었나’
유성룡 양산숙
양성현│매거진U│2만원
  • 입력 : 2025. 07.24(목) 10:28
  • 이용환 논설실장 yonghwan.lee@jnilbo.com
2024년 6월 나주시가 개최한 정렬사 추모제향 기념 학술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주는 임진왜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문열공 김천일 선생과 의병장 충민공 양산숙 선생 등 나주를 대표하는 충절 다섯분의 위패를 모신 정렬사와 1626년 세워진 전라남도 기념물 제48호 정렬사비 등으로 유명한 호남 의병의 뿌리이면서 지역 호국 역사 문화의 상징이다. 나주시청 제공
작가 양성현의 유성룡양산숙 표지. 매거진U 제공
“서애 유성룡, 그는 정말 리더였는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웅이 맞는가.” 책은 서문부터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된다. 임진왜란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순간, 유성룡은 조선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혁을 외면했고, 전쟁 대비를 방기했다. 전쟁과 기근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어갈 때, 정쟁을 일삼았고, 바른 말을 하는 이들을 내쫓고 죽였다. 심지어 의병들까지 희생시켰다. 무려 41년, 조선을 무너뜨린 선조의 곁에는 언제나 유성룡이 있었다.

작가 양성현이 7월 ‘난세의 영웅’으로 포장된 유성룡과 ‘호남의 혼’ 양산숙의 삶을 대비시켜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왜곡된 시각을 넘어서려는 신작 ‘유성룡 양산숙’(매거진U)을 발간했다. 조선시대 잘못 알려진 임진왜란의 역사를 바로잡고, 숨은 영웅을 찾아낸 책 ‘그길, 걷다 보면’과 류성룡의 행적을 비판하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찾는 ‘다시보는 임진왜란’, 기축옥사의 진실을 밝힌 ‘기축옥사’ 등에 이은 올바른 역사찾기의 새로운 여정이다. 단순한 두 인물의 대조를 넘어, 그들 ‘형제들’의 행적까지 적나라하게 조명하며 유성룡·유운룡 형제의 비겁함과 양산숙·양산룡 형제의 의로운 희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역작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굳건했던 ‘유성룡의 영웅주의 사관’에 정면으로 칼을 겨눈 양성현 작가. 그가 책을 펴낸 이유도 “가짜 영웅의 허상을 깨고, 진짜 리더의 이름을 되찾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은 ‘난세의 명재상’, ‘이순신의 후원자’, ‘영웅’으로 미화된 유성룡의 민낯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임진왜란은 조선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전쟁, 기근, 역병으로 조선 인구의 60%인 252만 명이 사라졌고, 이는 말 그대로 대학살이었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양 작가는 “선조의 무능한 통치 뒤에는 유성룡의 고질적인 반개혁 정치가 있었다. 파당 정쟁, 개혁 외면, 전쟁 대비 실패, 경제 파탄…, 그 중심에 유성룡이 있었다. 조선을 망친 주역이자, 조선을 파괴한 인물이 유성룡이었다.”고 말한다.

유성룡의 무책임도 준엄하게 꾸짖는다. 전쟁 발발 당시 유성룡은 좌의정이자 병조판서, 도체찰사로서 국방의 총책임자였지만, 가장 먼저 자신의 가족부터 피신시켰다. 다시 영의정에 올라 또 다시 권력을 쥔 이후에도 유성룡은 송강 정철을 무고로 제거하고 의병들을 ‘시정 무뢰배’라 비하했다. 이산겸, 김덕령, 김언욱, 김응회 등 수많은 의병장과 그 가족들을 역모 혐의로 몰아 죽인 책임도 크다. 그럼에도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징비록’을 써서 자신을 반성하는 척 포장하고, 공을 가로챘다. 실책 또한 남에게 떠넘기며 위선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의병장 충민공 양산숙은 유성룡의 그늘 뒤에서 묵묵히 조선을 지켰다. 당시 일개 유생 신분이었던 양산숙은 누구보다 먼저 왜의 침략 조짐을 정확히 감지했다.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그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의병을 일으켰고, 조선 팔도의 처참한 전황을 조정에 보고했다. ‘호남의 마지막 혼’도 지켜냈다. 진주성이 포위되었을 당시 양산숙은 “장수는 성을 버릴 수 없다.”는 비장한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불타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적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그의 동생 산룡도 평생 가슴에 품어온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숭고한 죽음을 선택했다. 작가가 “유성룡과 가장 극명히 대비되는 인물이 바로 양산숙”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징비록’이 과연 무엇을 기록했고, 무엇을 철저히 감췄는가도 통렬히 묻는다. 유성룡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는 왜 양산숙 같은 진정한 영웅을 잊고 살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정답을 찾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당당하다.

지금도 임진왜란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사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제가 주입한 ‘식민사관’과 유성룡이 자신의 실패를 미화해 만든 ‘징비록 편향 사관’이라는 두개의 벽 때문이다. 진정한 역사 복원은 이 두개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양 작가. 가짜 영웅의 허상을 깨고, 진짜 리더의 이름을 되찾겠다는 양 작가에게 신간 ‘유성룡 양산숙’은 단순한 반성을 넘어, 진짜 ‘징비(懲毖·잘못을 징계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고 반복하지 않음)’를 위한 처절한 기록일 것 같다. 해남에서 태어난 저자 양성현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내일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여행과 역사, 인물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다시 보는 임진왜란’, ‘유성룡 기축옥사’, ‘양림동 걷다’, ‘앙코르와트 4박 6일’ 등이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 yonghwan.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