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경영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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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노동계-경영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놓고 공방
"차별" VS "현실 어려워"
  • 입력 : 2025. 06.17(화) 18:24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오른쪽)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달리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고착화 낙인찍기”라며 ‘단일 적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 등을 근거로 “일부 업종만이라도 차등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1989년부터 전 산업에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뜻”이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력난의 가중,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정부와 사용주들이 직접 나서 해결할 의지와 노력이 보이지 않는 한, 한국노총은 일말의 여지 없이 업종별 차별 적용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위는 사회 갈등만을 부추기는 심의는 최소화하고, 민생 회복 활성화 기조에 맞춰 발 빠르게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여전히 생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폐함이 가중되는 연쇄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경영계의 하향식 차등 적용 주장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에서 제외될 수 없다. 청년·노인·여성·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덜 받아도 되는 노동이 과연 존재하느냐”고 역설했다.

반면 경영계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긴만큼, 완만한 인상 요구와 더불어 경영 현실을 고려한 일부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 수준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업종별로 상이한 경영 여건과 지불 여력을 반영할 수 있는 구분 적용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기준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30%를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의 현장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현 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든 일부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노동계가 밝힌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인 1만1500원에 대해서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경영 현실을 외면한 매우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안이다.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일부 중소기업 등 취약 사업주에게는 양호한 경영 실적·이윤 창출 기업을 기준으로 설정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공정하다. 최저임금 준수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구분 적용이 필요하고, 현장의 요구도 강하다”며 “한국의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선진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하향식 구분 적용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 논의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각각 반대와 찬성으로 갈리고, 공익위원이 결과를 가르는 형태로 표결이 진행돼왔다.

2023년 최저임금을 정한 2022년에는 27명 중 16명이 반대했고, 2023년과 지난해는 각 15명이 반대하며 구분 적용이 부결됐다.

앞서 노동계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1500원(월 환산 240만3500원)을 요구한 바 있다. 경영계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인 시간당 1만30원의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회의는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