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머니 디자인 가안. 광주 북구 제공 |
북구의 귀여운 마스코트 캐릭터인 ‘부끄’에 ‘머니’를 붙여 ‘부끄머니’라고 결정했는데, “지역화폐가 부끄러운 돈이냐?”라거나 “지역화폐를 쓸 때 부끄러워 하면서 쓰라는 것인가?”라는 트집잡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확대해석 아니냐’던 지역 주민들도 “솔직히 부끄라는 단어에서 부끄럽다는 것이 연상되기는 한다”거나 “안 그래도 극우들이 광주나 지역화폐에 대해 무지성 비판을 하는데 그야말로 조롱거리를 던져 준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주간 전국에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이름 공모 절차를 거쳤다. 공모 결과 총 636건의 이름이 접수됐으며, 주민, 공직자, 구의원, 유관 기관 및 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정책투표, 설문조사 등 두 번의 온·오프라인 심사를 거쳐 고득점을 받은 7개를 선정했다. 선정된 이름은 ‘부끄머니’, ‘부끄페이’, ‘북구상생카드’, ‘북구페이’, ‘북구사랑화폐’, ‘북구드림페이’, ‘북구상생상품권’이다.
북구사랑상품권 TF 회의는 여러 후보군 가운데 북구 직원 및 구의원과 단체 관계자들의 심사를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부끄머니’를 결정했다.
‘부끄머니’는 북구의 도시브랜드 캐릭터인 ‘부끄’와 ‘머니’를 더한 것으로, 선정 당시 지역화폐의 의미가 담겨 있고 주민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기억될 수 있는 명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를 들은 시민들은 ‘친숙함’을 떠올리기 보다는 ‘부끄럽다’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고 곧바로 ‘지역화폐=부끄러운 화폐’가 연상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구 주민 윤모(29)씨는 “‘부끄머니’를 처음 들었을 때 당연하게도 ‘부끄럽다’는 단어가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면서 “좋은 취지의 지역화폐인데 왜 이름을 이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한광휘(34)씨도 “‘부끄’라는 지역 캐릭터를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지역의 상징을 활용한 배경을 알고 나서 공감은 했지만 어감이 확실히 이상하다”고 밝혔다.
정상진(51)씨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농담인줄 알았다”면서 “대선 끝나고 갈 곳 없는 극우들이 인터넷에 모여 광주를 트집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북구의 지역화폐가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것 같아 좀 씁쓸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해당 비판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안현수 호남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명칭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예쁜 그릇에 보기 좋게 담겨야 손이 더 가는 법”이라며 “이번 명칭 선정에 북구 캐릭터의 의미를 담은 것과 별개로 ‘부끄’라는 어간에 ‘부끄럽다’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을 다시 수렴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북구는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접하진 못했다”면서 “북구 상징 캐릭터인 ‘부끄’와 ‘부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역화폐 카드 디자인에 캐릭터와 함께 설명을 넣을 예정이다. 홍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상 우익의 조롱이나 공격에 대한 부분은 특별한 답변이 없었다.
한편 현재까지 모집된 ‘부끄머니’ 가맹점 수는 6300여개이며 북구는 홍보단 운영을 비롯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 지역화폐 발행 전까지 총 1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