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박찬규>귀촌일기-농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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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박찬규>귀촌일기-농한기
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 입력 : 2025. 01.08(수) 17:35
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올 겨울은 다른 해에 비해 눈이 없고 날씨가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가 뚜렷하다. 농촌의 논과 밭은 추수가 끝나 황량한 느낌이 들지만 겨울동안 봄을 맞이할 생각으로 농민들은 생각이 깊다. 작년에는 몇 년째 태풍이 없어 농작물 피해가 적었다. 논농사도 풍작을 이루었지만 추수를 앞두고 벼멸구가 창궐하여 뜻밖의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밭농사의 작황도 가을비가 계속 내려 염려스러웠지만 그런대로 평년작을 할 수 있었다. 농촌에서는 기후가 좋고 햇빛이 풍부해야 모든 작물이 잘 여물고 수확량도 많이 난다. 남도의 겨울은 요즘이 가장 한가롭다. 12월부터 2월까지가 농한기로 농부에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절기다. 이 때를 맞이하여 여행도 다니고 도회지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 집에 가기도 한다. 작년에 벼 수확에 정성을 들여 생산한 벼 수매가가 확정되어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아지는 계절이다. 농한기에는 집집마다 김장하기에 바쁘다. 요즘은 농촌의 대부분 가정이 메주를 써서 장 담그는 일을 포기하고 살지만 필자는 매년 일정한 양만큼 메주를 써서 장 담그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농한기에는 바쁜 일이 없기 때문에 메주쓰는 일도 이웃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농촌에서 농한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비닐 걷는 작업이다. 밭농사는 풀 때문에 거의 모든 경작에 비닐을 깔고 농사를 짓는다. 수확하는 시기에는 일손이 부족해서 비닐 걷는 작업을 할 수 없어 주로 농한기에 작업한다. 다른 쓰레기와 달리 농사용 폐비닐은 마을마다 한 곳에 모을 수 있도록 집하장을 만들어 놓았다. 모아진 폐비닐은 봄에 수거해가는데 판매대금이 적지 않아 마을마다 공동기금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도시와 달리 해가 바뀌기 전에 특별한 행사를 한다. 바로 마을마다 동계라는 방식을 통해 한 해를 결산하는 것이다. 동계에서 마을의 1년을 결산하고 신년의 사업계획을 세우며 이장을 새로 선출하기도 한다. 요즘은 군 조례를 통하여 마을 이장의 임기가 정해지기도 하지만 노인회, 부녀회, 새마을 지도자, 청년회 등 이장과 손발을 맞추어 일할 사람은 대부분 동계에서 정하고 있다. 농한기에는 마을회관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마을마다 대부분의 세대가 노인들이라 회관에 모여 실내놀이를 즐기고 공동취사를 하기도 한다. 중장년들은 파크 골프에 많은 시간을 즐기기도 하며 특수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부들은 농한기가 없는 시간을 보낸다. 겨울동안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딸기농사를 하는 농부는 농한기가 가장 바쁘다. 12월부터 2월까지 출하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농한기가 없다. 필자도 작년에 풀 때문에 과수원에 깔았던 부직포 위로 풀이 많이 자라서 농한기에 풀 제거작업을 해야 한다. 요즘은 농촌마다 노인들의 자연 감소로 빈 집이 많이 생긴다. 지자체마다 빈 집을 수리하여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인구 유입에 힘을 쏟고 있다. 농촌에 살면서 4계절이 바쁘지만 그래도 겨울 한 철의 농한기가 있어 농민들의 생활이 여유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농한기에 풀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라면 농한기를 피해서 오는 것을 권한다.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당장 소득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마다 마을 빈 집을 수리해서 입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자체를 통하여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고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권한다. 농촌의 4계절은 끊임없이 바쁘지만 그나마 겨울 한 철이 여유가 있고 조금은 한가롭다. 그래서 농촌 사람들은 농한기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