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마련의 꿈”… 불황에 복권 판매·적금 가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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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목돈 마련의 꿈”… 불황에 복권 판매·적금 가입 급증
기준금리 인하전 예적금 ‘막차수요’
시중은행, 한달 새 1조2천억 늘어
올상반기 복권 판매 3조6천억 달해
“서민들 팍팍한 살림살이 반영돼”
  • 입력 : 2024. 10.14(월) 18:28
  • 글·사진=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고물가·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불황의 지표가 되는 복권의 판매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의 한 복권 판매점.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복권과 적립식 예금(적금)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적금으로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해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인상을 시작한 이후 3년 2개월 만이며, 기준금리 인하 자체로 보면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금리인하는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오며 안정화된 것과 더불어 미국이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환율이 주는 압력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고물가와 고금리에 억눌린 내수에 숨통을 틔워 내수진작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하지만 당장 금리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인하가 체감 경기나 소비에 반영되려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야 하는데,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 낮아진 상태인 데다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이유로 금융기관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세·취약계층 등에게는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할 만한 이자 부담 완화 등의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금융소비자에게 정책이 전달되는 접점인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창구 금리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 및 투자 진작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적금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0월 기준금리 인하 전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을 때 적금을 들고자 하는 ‘막차 수요’가 나타나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잔액이 크게 상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적금 잔액은 38조74억원으로, 한 달 새 1조2157억원 증가했다. 월 증가액으로 봤을 때 올해 들어 가장 큰 수치다. 지난 2분기 말(34조6084억원)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은행 적금 잔액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적금은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적립한 후 만기 시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금융상품으로 기업 가입 비율보다 개인 가입 비율이 높아 개인의 투자 성향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경기 불황의 지표가 되는 복권의 판매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일확천금’의 꿈이라도 노려보고자 하는 이들이 매년 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약 3조616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조3790억원)보다 7.0%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복권 판매액은 △2020년 2조6205억원 △2021년 2조9391억원 △2022년 3조1473억원으로, 2022년 3조원을 넘어선 이후 올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과 올해 상반기 판매액을 비교하면 무려 38% 늘었다.

이날 광주 서구의 한 복권 판매점에서 만난 김모(45)씨는 “1등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주에 한 번꼴로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살기 팍팍한 세상에서 단돈 몇천 원으로 잠시나마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으니 이런 곳에라도 희망을 거는 것 같다”며 “일반 시민이 경제 상황을 예측하고 적재적소에 투자하며 재산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3등에 한번 당첨된 적이 있는데, 1등과 2등 그리고 3등의 당첨금 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당첨 금액에 따라 1등을 해도 수도권은커녕 지방에서도 집 한 채 사기 힘들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한 복권 판매점 점주는 “일주일에 한 번은 복권을 사러 와서 얼굴이 익은 사람도 많다.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서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며 “경기 불황과 복권 판매액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확실히 복권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