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북쪽 하늘. 뉴시스 |
통계상의 북한 인구 2580만 명 중 80세를 넘긴 6000명 정도를 제외한 사람들은 한번도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들은 1950년대 이후에 태어나 감시와 통제와 억압만을 경험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획일화된 교육과 감시 속에서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북한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이루었다. 즉 북한 사회의 기반은 감시와 억압 속에서 살아온 가족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물론 가족이 해체될 정도로 폭압이 가해지고 있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있기에 부모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은 부모에 기대는 본능에 의해 체제가 존속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억압을 가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고 마음이다. 북한의 청소년 처형은 분명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춘기만의 특별한 감수성과 감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성장의 필수적인 정서다. 김영랑의 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은 사춘기의 설렘을 드러낸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도처 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어딘지 방향은 모르겠지만 마음이 끝없이 설레며 흘렀던 사춘기를 성인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겪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억압한다고 막을 수 없다. 특히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금지와 억압을 통한 청소년 통제는 불가능하다. 북한의 청소년 사형이 당장은 공포 통치의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청소년기의 불같은 마음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이용악이 쓴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에는 “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안다/ 다른 한 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 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내리고 있음을” 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가 믿었던 자연의 법칙처럼 꽁꽁 언 두만강 줄기가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 역사는 당연히 가야 할 곳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일제가 패망하고 우리는 독립을 했다. 자연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의 분단의 역사도 머지않아 가야 할 곳으로 흘러갈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