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우리의 식생활에서 쌀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그 중요성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듯하다.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30년 전인 1993년 1인당 쌀 소비량 110.2kg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서구화된 식습관의 확산이다.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 서양식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쌀 중심의 식단이 점차 밀려나고 있으며, 특히 바쁜 현대인들은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게 됐다, 이러한 음식들은 주로 밀가루나 다른 곡물을 사용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쌀의 소비가 감소되고 있으며, 글로벌화로 인해 다양한 외국 음식들의 높은 인기로 외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가정식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침식사 결식과 쌀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쌀 소비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5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 결식률이 34%로 집계됐다. 국민 3명 중 1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방식이나 시간부족, 건강 및 다이어트 목적 등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쌀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현대인들이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특히 체중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쌀은 종종 단순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인식되어 ‘다이어트의 적’처럼 여기는 잘못된 오해도 쌀 소비가 줄어든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인구 구조나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쌀 소비 감소와 트렌드 변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쌀 소비량의 감소를 넘어서 농업 경제와 국민 건강, 문화적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 감소로 인해 쌓여가는 쌀 재고는 쌀값 하락의 결과로 나타나고, 그로인해 농촌에서는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쌀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일렁이는 녹색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현재 과잉 재고량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쌀값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고령화 및 일손부족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농업·농촌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농협에서도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광주본부에서는 지난 6월부터 임직원들이 나서 ‘광주쌀 5만포 팔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바른 식문화 형성을 위해 등교하는 청소년과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전사적인 쌀 소비확대 운동을 통해 쌀의 영양적 가치, 건강상의 이점 등을 홍보해 나가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수천 년 동안 쌀을 재배하고, 쌀을 통해 건강과 생명을 지켜왔지만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로 생명산업이라고 불리우는 쌀 산업과 농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쌀 소비는 단순히 우리의 식탁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농업을 지키고,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행위이다.
보릿고개를 지내온 우리네 아버지들이 ‘전쟁나서 (쌀)밥 없으면 뭐 먹을래?’ 라는 우스갯소리에 ‘라면 먹으면 되지’라는 어린 아들의 철없는 대답처럼 웃픈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바람직한 방법은 우리의 식탁에 더 많은 쌀을 올리는 것이다.
쌀 소비는 건강과 전통을 지키고, 더불어 우리 농촌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다. 쌀을 사랑하고 쌀을 즐기는 쌀 소비촉진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