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2025년 우리에게 필요한 ‘조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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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이기언>2025년 우리에게 필요한 ‘조명가게’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입력 : 2025. 01.14(화) 16:30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최근 강풀 작가의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OTT로 공개되었다. 드라마 속 조명가게는 이승과 저승이 연결된 곳으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허락된 특별한 공간이다. 항상 어두운 골목 끝에 유일하게 빛을 밝히는 곳으로, 조명가게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 각자의 전구가 있고, 스스로 자신의 전구를 찾은 이들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2월 탄핵정국 속 혼란스러운 날을 보내던 국민들은 제주항공 참사로 분노 속 참담한 연말을 보냈다. 희생자 대부분이 광주와 전남 지역민이었기 때문에 지역 전체가 비탄에 빠졌다. 새해에 맞춰 서로에게 건네던 덕담이 무색해졌고, 밝고 활기차게 시작하는 분위기보다 일상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졌다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2025년을 암울한 해로 만들 수는 없다. 스포츠와 문학 분야에서는 기분 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광주는 KIA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광주FC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 시민들을 기쁘게 하는 성과들이 있었다. KIA타이거즈와 광주FC는 이범호, 이정효 감독과 올해도 함께하기로 했다. 이 두 감독에게는 광주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하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후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수상이자 문학과 정치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정점에 ‘오월 광주’가 자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의 여운은 지속되고 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던 자기계발서를 밀어내고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대신하고 있다. 광주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한강 열풍이 불고 있고, 독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최근까지 독립서점 운영자였고, 동네의 작은 서점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강조하였다. 베스트셀러나 대중적인 책 위주의 대형 서점과 다르게 독립서점은 판매량과 상관없이 철학·예술·고전문학, 그림책 등 분야별 다양한 책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을 선택하여 진열한다. 독자들은 매체들이 홍보하는 평판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재구성할 수 있다. 독립서점은 책을 구입하는 단순한 활동뿐만 아니라 카페, 갤러리 등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마을 행사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광주에는 19곳의 독립서점이 운영 중이지만 동구와 남구에 몰려있어 동네에서 서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광주에는 지역 주민 누구나 원하는 것을 배우고 함께 참여하고 활동이 가능한 ‘행복학습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24년 광주광역시는 지역 내 접근성이 좋은 주민자치센터, 작은도서관 등 55곳을 마을행복학습센터로 지정하였다. 행복학습센터는 독서뿐만 아니라 공예, 환경·역사 등 인문학, 문화예술, 유튜브·자격증 등 직업관련 강좌 등을 통해 배움과 나눔,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비극적 참사를 목격한 광주시민에게는 어느 해보다 소속감과 안정감 등을 토대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비공식적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은 공동체의 아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행복학습센터, 독립서점 등 시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 안의 여러 공간들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2025년, 우리 곁에는 시민들을 서로 연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치유와 소통의 공간이 절실하다. 각자의 꿈을 응원해주고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따뜻하고 밝은 ‘조명가게’가 가득한 광주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