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채은지>일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광주시 노동 기본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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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채은지>일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광주시 노동 기본 조례’
채은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6.13(목) 17:23
채은지 광주시의원.
기술의 발전은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기술의 노동대체 영역의 확장으로 전통적 일자리가 대규모 감소하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새로운 기술 습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도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 발표한 연구 보고서(전 세계 45개국, 800개 이상 기업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기반)에 따르면 AI,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 등으로 2027년까지 690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노동 유형의 증가는 기존 중앙정부의 규제나 처벌 위주의 노동행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새로운 노동 문제들을 발생시켰다. 예방적 차원의 노동행정이 요구되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방정부의 노동권 보호에 대한 제도 구축 노력들도 시작됐다.

2014년 서울시가 최초로 ‘서울특별시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2021년 ‘서울특별시 노동 기본 조례’로 개정)를 제정했고, 이후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우리 광주시의 경우, 2016년 ‘광주광역시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으로 우리 시의 근로자 권리 보호 정책의 제도적 근간이 마련됐고,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해당 조례에서 보호하는 ‘근로자’는 전통적 근로자, 즉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 예를 들면 언택트· 플랫폼 산업의 급성장으로 증가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노동 유형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 유형을 포함, 일하는 모든 시민으로 보호 대상을 확장하여 보편적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광주시의회 새로운노동특별위원회는 출범 시부터 ‘광주광역시 노동 기본 조례’제정을 추진해왔다. 노동자 보호에 관련된 개별 조례를 모두 포괄하는 내용의 이 기본 조례는, 우리 시의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들, 즉 일하는 모든 시민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광주연구원, 상생일자리재단의 연구원들과 함께 노동기본조례의 초안을 다듬었고, ‘광주광역시 노동 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 이례적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모두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으며, 광주시 노동일자리정책관실, 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광주시 청년센터, 노동센터, 비정규직센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회 광주지회 등 지역의 노동문제 해결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기관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바탕으로 조례안이 완성됐다.

조례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광주광역시 노동기본조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취약계층 노동자 등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까지 보호 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또, 지역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노동정책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고, 노동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노동복지사업, 노동교육, 노동자를 위한 공정계약 지침의 개발과 보급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을 담았고, 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노동권익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 기본 조례 제정으로 인해, 대상별, 사업별로 흩어져있던 광주시 노동 관련 개별 조례들의 원칙이 수립된 것이다. 앞으로는 기본 조례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지역 노동자들을 모두 포괄하는 일관성 있고, 효과적인 노동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등 미래환경 변화에 따른 일자리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취약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 ‘공정한 전환’의 노력이 필요한 지금, 노동 기본 조례에 의한 보편적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해, 일하는 모든 시민들이 존중되는 광주시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