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문민서가 3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 홈경기에서 김진혁의 수비를 벗겨내고 있다. 광주FC 제공 |
광주는 3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2연패에 빠진 광주는 올 시즌 2승 2패(승점 6)에 머물렀다.
또 광주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전용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긴 후 대구 상대 홈경기 징크스 격파에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1무 3패에 그치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는데 올해 유일하게 예정된 홈경기에서 패배하며 파이널 라운드에서 같은 그룹에 묶여야만 설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이번 경기 역시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이희균과 이건희가 최전방에 섰고 문민서와 정호연, 최경록, 가브리엘이 허리를 구축했다. 이민기와 안영규, 포포비치, 두현석이 수비에 서고 김경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광주는 대구와 전반 초반부터 한 차례씩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반 1분 만에 황재원의 크로스를 안영규가 머리로 걷어낸 뒤 세징야의 코너킥을 김진혁이 머리로 내리찍었지만 김경민 골키퍼가 선방했다. 이어 광주가 공격 전환한 뒤 고명석이 걷어낸 공을 두현석이 발등에 얹었지만 오승훈 골키퍼가 몸 날려 펀칭하며 균형이 이어졌다.
광주는 전반 중반으로 가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20분 이건희의 패스를 받은 이희균이 돌파 후 슈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요시노가 발을 걸었고, 채상협 주심의 휘슬이 울린 뒤 온 필드 리뷰 후에도 원심이 유지되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는 신인이자 이날 데뷔전을 치른 문민서가 나섰다. 광주FC U-12에서 축구를 시작해 U-15(광덕중)와 U-18(금호고)까지 모든 유스를 거친 진짜 성골 문민서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노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0세의 문민서를 상대로 대구 선수들은 주심에게 항의와 함께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심리전을 펼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긴 기다림 끝에 골문 오른쪽을 노린 정확하고 침착한 킥으로 오승훈 골키퍼를 속이며 1-0으로 앞서갔다.
변수도 발생했다. 벨톨라가 부상을 입고 필드에서 빠져나오면서 바셀루스가 교체 투입됐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바셀루스를 양 팀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후반 중반에 맞춰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이르게 잔디를 밟았다.
광주는 전반 막판 추가골을 노렸으나 불운의 동점골을 내줬다. 전반 41분 두현석의 코너킥을 포포비치가 머리로 연결한 것이 수비하던 고명석의 허벅지에 맞고 자책골이 될 뻔했으나 골포스트를 스쳐나갔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 4분 수비 과정에서 두 차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뒤 요시노가 흘러나온 공을 잡아 이건희의 태클을 벗겨내고 정확히 구석을 향해 깔아 넣으며 1-1이 됐다.
이정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최경록과 문민서 대신 박태준과 엄지성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흐름이 변하지 않자 후반 21분 이건희와 이희균을 불러들이고 허율과 베카를 집어넣으며 추가 득점을 노렸다.
네 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한 광주는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무산됐다. 후반 29분 엄지성이 중앙에서 우측면으로 열어준 공을 가브리엘이 가슴으로 잡아놓은 뒤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광주는 끝내 역전까지 허용했다. 후반 31분 세징야가 좌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에드가가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하며 1-2가 됐다. 지난해에도 광주를 괴롭혔던 세드가 콤비의 악몽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실점 직후 두현석 대신 김진호를 투입하며 공격에 무게감을 더했다. 교체 투입된 김진호가 후반 35분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였으나 수비가 걷어낸 뒤 가브리엘의 슈팅이 높이 뜨며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광주는 끝까지 동점을 노렸다. 후반 39분 이민기가 밀어준 공을 베카가 슈팅했으나 높이 떴고, 후반 추가시간 5분에는 안영규가 중원에서 길게 투입한 공을 허율이 머리로 슈팅했으나 골포스트 옆을 스쳐지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실력이 없어서 졌기 때문에 인정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도 “올 시즌은 잔류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우리 팀과 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격노했다.
또 “깊게 고민하겠다. 저부터 수준이 떨어진다”며 “저에게 맞는 수준, 우리 팀 수준에 맞는 순위를 목표로 다시 설정하겠다. 실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감독인 저부터 수준이 떨어지기에 제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