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겨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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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겨울살이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1.17(수) 14:38
박찬규 센터장
겨울에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다면 농촌의 겨울살이에 대하여 현황을 살펴보고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겨야 한다. 농촌의 겨울은 생각보다 길고 일거리가 많지 않아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귀농·귀촌을 실행하면서 먼저 해야하는 일은 거주할 집을 구하는 일이다. 새로 신축해서 주거지를 마련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농가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귀농·귀촌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 가운데 택일해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귀농·귀촌할 수 있는데 겨울에는 무엇보다 연료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주택마다 가스나 기름보일러 또는 전기난방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있어 비용 부담도 천차만별이다. 오래된 농가주택의 경우에는 여전히 나무로 불을 지펴 난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귀농·귀촌을 통해 겨울을 나는데 어떤 방법으로 난방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불투명하고 이자율이 높을 때는 연료비를 절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비용이다. 필자는 다행히 부모님이 거주했던 집으로 귀촌해서 주택문제는 해결했으나 면적이 넓은 방 구조 때문에 난방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기름보일러를 사용하여 겨울을 지내다 지금은 정부에서 일부 지원해주는 태양열과 태양광 시설을 구비하여 온수와 난방비를 절약하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은 3KW의 적은 용량이지만 매월 절약할 수 있는 전기료만으로도 농촌생활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계절적으로 동지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확연하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의 농촌 모습은 가을추수가 끝나면 겨우내 동네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민속놀이도 하고 농사에 필요한 새끼도 꼬고 가마니와 덕석도 만들어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대부분의 노인들이 겨울살이를 마을회관에 모여 소일거리를 찾고 취사도 공동으로 해결하지만 중장년층 사람들의 경우 벌써부터 농사 준비에 돌입한다.

한편 지자체마다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증진과 취미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이 농촌에서 인기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쉴 새없이 바빠서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수업받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농촌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휴식하면서 자기계발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울인데 오히려 겨울에는 많은 강좌들이 방학으로 멈추어 버린다. 농촌 사람들도 부족한 영농지식을 쌓거나 문화 및 취미생활을 위하여 도시 사람들 못지않게 자기계발에 노력하는 편이다. 농촌의 환경에 맞게끔 각종 프로그램이 농번기에 맞춰 쉬고 농사일이 없는 휴지기에 개강하여 자기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마을마다 공동체 사업을 통한 공간을 마련하여 원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은 실정이다. 농촌의 겨울은 한가롭기도 하지만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겨울이 여전히 바쁜 편이다. 특수작물 재배 농가의 경우에는 겨울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대부분 구축되어 있다. 다만 특수작물 재배용 하우스는 비닐 덮개를 이중, 삼중으로 하고 보온을 하여 온도를 조절해가면서 생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도 두 배 이상이 든다. 이렇듯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는 환경이라서 농촌은 늘 풍요롭다. 농촌의 4계절은 끊임없이 바쁘지만 그나마 겨울 한 철이 여유가 있고 조금은 한가롭다. 그래서 농촌 사람들은 겨울만큼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귀촌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