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정동>여의주와 말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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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정동>여의주와 말똥구리
김정동 수필가·시인
  • 입력 : 2024. 01.11(목) 15:44
김정동 수필가
2024년을 청룡의 해라고 한다. 용은 위엄이 있고 신성하다. 용좌(龍座) 즉 왕이나 대통령,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직장의 대표 책상 앞에 용무늬가 새겨진 명패를 볼 때 높은 자리로 관념하는 전통이라 볼 수가 있다. 용은 전설의 동물이기는 하나 그 생김새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 이외 81개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용은 여의주를 물고 승천 하는데 무소불위의 능력이 있다고 한다. 용이 되기는 쉽지가 않다. 느닷없이 유무형의 무력으로 용좌를 얻는다면 그 어느 누가 그것을 용인 하겠는가. 우리 현대사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군사 쿠데타나 그밖에 자질이 없는 용은 용이라고는 하지만 토룡(土龍), 지룡(地龍) 곧 지렁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예로부터 정월 초하룻날에는 조정으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새해를 축하하고 밝아 오는 해를 향하여 크고 작은 소망과 희망을 빌어왔다. 삶에 속고 속으면서도 금년에는 나아지겠지 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더욱 더 간절할 것이다.

오는 4월에는 지역의 ‘용’들을 뽑는 총선의 해이기도 하다. 광주·전남 18개 선거구의 대진표도 윤곽을 드러냈다. 입후보자들은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국민은 좋은 정치인을 원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부당한 일을 정당하게 풀어낼 줄 알며, 좀 더 합리적이고 참신하길 바란다. 여기에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지녀야할 청렴은 당연한 덕목이다.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국민으로서 내 의결권을 민의의 전당에서 대신 논의할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길 희망함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의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말똥구리 이야기가 나온다. “말똥구리는 제 말똥구슬을 아껴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용 또한 여의주를 가졌다하여 말똥구리의 말똥구슬을 비웃지 않는다.” 연암 박지원은 ‘진정지견(眞正之見)’을 말하면서 든 얘기다. 진정지견, 즉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말똥구리는 쇠똥구리라고도 하는데 유년시절 들판에서 많이도 보았으나 지금은 환경오염 등으로 희귀 멸종 생물에 속한다. 쇠똥은 펑퍼짐하게 땅에 떨어지나 말똥은 주먹 크기의 빵처럼 떨어져 셀루로스 함량이 쇠똥보다 더 높다고 한다.

하찮은 쇠똥구리도 삶이 있는 것이다. 동그랗게 경단을 만들어 암수가 힘겹게 밀고 당기다가 언덕을 만나면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가축에게 짓밟히기도 한다. 말똥구리가 마치 우리 서민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과도 같다.

민유방본 본고방녕(民惟邦本 本固邦寧)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게 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에 있는 말이다. 백성이 국가의 뿌리임을 밝히는 민본(民本)사상이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편찬한 정도전이 추구했던 사상이기도 하다. 그 핵심 덕목은 위민(爲民), 곧 백성을 위하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낙생(樂生)에 있다 했다. 즉 백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를 부모처럼 따르고 나라를 뒤엎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 성장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이 화두(話頭)이다. 그 출발점은 일자리에 있다. 직장이 없어 결혼할 엄두도 못 내는 청년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출산율이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로봇, 인공지능(AI), 나노미터 반도체, 신소재, 전기차, 우주항공,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으로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 ‘약국에 감기약이 없다’라는 신문 기사(동아일보 횡설수설)를 본적이 있는데, 내용인 즉 이렇다. “약사들이 이용하는 의약품 도매 사이트의 품절 약품 1위부터 20위까지가 어린이용 시럽과 타미플루 같은 감기약들이다. 한국은 완제 의약품의 31%, 원료 의약품은 8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어린이 감기용 복제약은 마진율이 낮은데다 출산율 저하로 국내 제조사가 몇 안 남아 있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바로 품귀 사태가 벌어지는 구조다.” 결국은 출산율로 귀결된다.

용문점액(龍門點額)이란 고사가 있다. ‘용문’, 아래 물고기가 뛰어올라 문을 넘으면 용이 되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이마를 찧고 떠내려간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가 용이 돼 도약을 하거나, 물고기로 남아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유럽과 일본은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이 낮아진 이후에도 여전히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의 고령화와 잠재성장율 저하를 고려하여 대한민국과 지역의 미래를 갑진년(甲辰年) 새아침에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