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남주>불신의 시대에 사는 무형의 선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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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남주>불신의 시대에 사는 무형의 선물, 신뢰
김남주 전 서울 SH공사 노원센터장
  • 입력 : 2024. 01.11(목) 14:50
김남주 전 센터장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중에 WD-40이라는 제품이 있다. 그런데 그 제품 이름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사용하고 있으며 사실 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왜? 불편함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런 상품과 제품 이름에 담긴 뜻을 알면 아, 그렇구나 하며 의미를 알게 되고 상식이 머릿속에 쌓이게 된다. 그리고 정말 큰 지식을 알아낸 것처럼 마냥 기뻐한다. 그렇다 맘껏 기뻐해도 된다. 사소한 것을 알게 되도 우리는 정말 흐뭇하게 되니까 말이다.

사실 WD-40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철 제품에 녹슬지 않게 하거나 뻑뻑한 회전문 부위에 뿌리면 녹도 슬지 않고 뻑뻑한 회전문이 부드럽게 잘 열리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제품은 1953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켓 케미컬”사라는 회사의 직원 세 명이 우주 산업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는데 이들은 39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40번째 해당 제품의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WD-40이라는 상품명이 붙여졌고 WD의 뜻은 water displacing이라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을 항공 우주 계약사인 컨베이어 사(社)는 아틀라스 미사일의 부식 억제제로 사용하기 위해 WD-40을 구매하였으며 이윽고 다른 도매 주문들도 이 회사에서 주문하여 그로 인해 이 회사는 크게 성장하며 유명해졌고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글로벌회사가 되었으며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이 되게 된 WD-40 제품 제조회사가 된 역사가 있는 제품이다. 이런 내용을 오늘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된 것이다.

WD-40은 쇠로 만들어진 제품에 유용하게 쓰이며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네 인간의 육신을 녹슬지 않게 해주고 녹슨 곳을 잘 치유해줄 육신용 WD-40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병원이 있고, 수많은 약이 있음에도 지금도 병명조차도 알 수 없고 치료조차 되지 않는 희소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뾰족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냥 해보는 투정의 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학병원도, 대형병원도, 전문병원도 다녀 보았지만, 아직 특별히 차도가 있지는 않다. 그냥 세월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맘으로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다스리고 있을 뿐이다. 육신용 WD-40은 어디 없을까? WD-40 처럼 한 번만 뿌려도 효과가 100% 이상 발생하는 그런 제품 말이다.

나에게 있는 이런 희소병의 치료는 육신용 WD-40의 개발을 기다리기보다는 나 스스로 육신용 WD-40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죽지 않을 병이라니까 관심을 끊고 팔다리 시림과 아림증으로 고통스러운 저녁 자는 시간대를 기억하며 자리에 눕지 말고 내일 아침 좋은 컨디션으로 기상을 하게 될 기대감으로 자리에 눕기로 했다. 우리의 몸은 자연치유력이 있다고 하니 내 몸을 믿고 맡기기로 했다. 이제 마지막 5회차 신경 차단술 주사 치료를 위해 내일 병원을 방문 할 예정이다.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제를 신뢰하며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신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육신용 WD-40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금의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사기꾼이 즐비하며, 다단계라는 사기에 속아 가산을 탕진하는 사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최고의 악은 불신이다. 그로 인해 신뢰를 깨뜨리면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고 사회를 좀먹는 정말 최악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조직이며 그 조직은 인간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되고 그 신뢰가 파괴되면 그 조직은 역시 파괴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우리 인간사회와 우리 육신을 치료하는 육신용 WD-40은 바로 신뢰이다. 구하는데 돈도 시간도 필요 없는 믿음, 즉 신뢰이다. 그래서 신뢰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용서가 가능한 무형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