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왕’ T1, 롤드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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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다시 돌아온 왕’ T1, 롤드컵 우승
한국팀 모두 탈락하며 '마지막 희망'
3세트 모두 압도적 기량차로 승리
'2024 롤드컵 결승전' 영국 런던서
  • 입력 : 2023. 11.19(일) 23:18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T1 선수단(왼쪽부터 케리아, 구마유시, 페이커, 오너, 제우스).
한국(LCK)의 유일한 희망 T1이 중국(LPL)의 웨이보게이밍(WBG)을 꺾고 7년 만에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확정 지었다. MVP는 ‘제우스’ 최우제에게 돌아갔다.

T1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의 WBG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그야말로 왕의 재림이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까울 정도로 T1의 경기력이 좋았다. 앞선 1세트와 2세트 내내 흐름을 내주지 않던 T1은 3세트도 승리를 일찍이 확정했다.

1세트에서 T1은 WBG의 공세에 흔들렸다. 하지만 ‘오너’ 문현준의 활약에 힘입어 흐름을 되찾았다. 결국 상대와의 탑 라인 전면전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넥서스를 파괴해 승리했다.

2세트에서는 제우스가 ‘더샤이’ 강승록을 잡아내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미드 교전에서 2킬을 따낸 T1은 바텀에서도 제우스와 오너가 승기를 잡아냈고, 28분 만에 승리했다.

WBG는 3세트에서 지난 세트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 탑 케넨과 서포터 바드 픽으로 변화를 꾀했다. 앞서 더샤이가 T1의 전략에 속수무책 무너진 경험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너의 리신, ‘페이커’ 이상혁의 아칼리, ‘케리아’ 류민석의 라칸 등 상대 진영을 휘젓는 챔피언을 막지 못했다. 교전 균형이 좋은 T1이 대부분의 결투에서 승리를 따냈다. 조금씩 킬·오브젝트 포인트에서 갉아먹히던 WBG는 결국 페이커의 아칼리에 의해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최종 킬 스코어 19대 5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롤드컵 결승 파이널 MVP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제우스가 차지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요네, 그웬, 아트록스를 플레이하며 더샤이를 압도했다.

제우스는 “작년 이 맘때쯤엔 제 상대 맞라이너가 이 상을 받았는데, 그동안 많은 준우승을 겪으면서 이게 제 팔자인가 싶다가도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자랑스럽다”며 “팬들 응원 덕에 동기부여 잃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번 승리로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거뒀다. ‘e스포츠계의 펠레’로 불리는 페이커는 역대 최초로 롤드컵 4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또 이번 대회로 최고령 우승기록(27세 196일)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는 '중꺾마' 붐을 일으킨 디플러스 기아 ‘데프트’ 김혁규가 최고령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도전자에게 ‘모든 길은 나를 통한다’고 답하던 페이커는 이번에도 그 말을 스스로 증명했다.

T1은 지난 2016년 이후 한동안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팀 이름도 SKT T1에서 T1으로 바뀌었다. 작년에는 올해와 같은 로스터로 롤드컵 결승에 올랐지만, 한국팀 DRX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LCK리그 등 최근 다섯 번의 결승에서도 모두 패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징크스를 털어냈다. 특히 5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경기에서 함께 출전한 LCK 세 팀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맞이한 값진 결과였다. 팬들에게는 T1이 승리한 모든 팀이 중국팀(BLG·LNG·JDG·WBG)이었다는 점도 흥분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주장 페이커는 “무엇보다도 많은 분들이 있는 앞에서 경기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오늘 경기를 경험 삼아 더 발전하고,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 그동안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팬들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광주 북구 출신 오너는 “그간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는데 꿈의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며 “즐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뿌듯하다. 앞으로도 한국의 최고 팀에서 훌륭한 모습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리그오브레전드 운영사 라이엇게임즈는 ‘2024 롤드컵 결승전’이 내년 11월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개최된다고 발표했다. O2 아레나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인원 수용률이 높은 장소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돔 경기장 중 하나다.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치러진 롤드컵 경기는 지난 2015년 웸블리 SSE 아레나(현 OVO 아레나)에서 펼쳐진 8강이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