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집 원장 |
감동했다. 어른을 찾아 취재한 기자도, 방송사나 연출가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님의 삶이 너무나 훌륭했다.
이제 오랜 한약방 문을 닫고 퇴임하는 몸은 구부정하고, 걷는 걸음걸이도 안정적이지 않은 그러나 양복을 단정히 입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네는 어른을 보았다.
그는 소박하고 자신이 중심인 행사에서도 제일 구석 자리에 앉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자신이 만든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 해직요청으로 권력에 압박받을 때도 전혀 굽히지 않는 단호한 모습에서 숨은 강인함이 보였다.
여러 장학생 중 한 학생이 자신이 성공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자 그의 성공이 아니라 그의 옳은 삶을 응원했던 후원자로서 격려하는 너른 마음이 따뜻했다.
신분제 사회의 철폐를 주창하는 형평사운동의 중심인물로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염원하는 그의 신념은 단단해 보였다.
가까운 자전차포 임대료를 한 번도 올리지 않고, 돈 떨어진 이웃집에 돈을 꿔 주고, 돈 떨어진 지역신문 발행하라고 소리 없이 후원금을 보내고, 키우는 장학생이 데모를 하고 감옥에 가도 그것도 공부라고 보듬고, 교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학교를 만들되 간섭하지 않고, 싼 값으로 의료를 행하고 직원들에게는 넉넉한 임금을 나눠준 사람.
그런데 그 모든 것에 티를 내지 않고, 나서지 않고, 자기자랑은 도새 하지 않고, 뒷자리에서 겸손이라는 언어가 없는 것처럼 무심한 듯한 겸손함이 있는 그 분을 주변에서 생불이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 공감된다.
방송을 보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과 존경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에는 지금 세상에도 그런 분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이 있었을 것이다. 경쟁과 다툼으로 잃어버린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삶의 후순위로 뒤쳐두었거나 애써 눈감아 버렸던 봉사 헌신 이웃에 대한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왜 이분을 선생님이나 선각자나 성자라 부르지 않고 어른 김장하라고 했을까. 아마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어른으로 불렀을지 모르겠다.
어른 하면 우선 나이가 드신 분을 말하지만 나이 많아 어른답지 못하면 꼰대나 주접으로 불린다. 어른답다 하면 삶의 지혜와 경륜이 많은 분이어서 젊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분을 말한다. 그런데 권력이 크고 돈이 많고 행세가 좋은 분을 어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어른 김장하는 기가 막힌 호칭이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살면서 우리의 삶을 보듬고 도우며 우리의 삶에 사랑과 지혜를 주며 실천으로 존경받아 자연스럽게 불리는 이름 그것이 어른인 듯 하다.
또 다른 어른은 없을까? 잘 안 보일지 모른다. 사실 그런 실천궁행의 어른은 참으로 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정말 어른은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직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우리들 가까이에 어른들이 살고 있다. 내 옆에 계신 예수와 석가가 있었듯이 우리의 어른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계신다.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로 성공했지만 항상 소탈한 모습과 서민형 아파트에 살면서도 도서관을 지어주고 힘겨운 이웃을 후원하는 진정한 경영인. 조용히 뒤로 빠져 계시다가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나타나 메시지를 내서 세상을 바로 잡는, 요새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의 위기 타개를 앞장서 막아주고 있는 교육자. 바로 이런 어른들이 우리 광주에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어른 김장하’가 어른의 존재를 일깨웠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 곁의 어른들을 존중하고 또 우리 자신의 어른됨이 어디쯤인지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우리도 진정한 어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