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어물 등 사재기 조짐… 수산물 축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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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건어물 등 사재기 조짐… 수산물 축제 타격 우려
건어물 시장, 구매 행렬로 북적
상인들 “방류 땐 줄도산 불가피”
어민, 생업 포기·농촌이주 고심
지역 수산물 축제 잇따르는데…
  • 입력 : 2023. 06.21(수) 18:32
  • 조진용·박소영 기자
양동시장 건어물 상가에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 김·멸치·다시마 등 건어물을 미리 사기 위한 소비자들.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에 광주·전남지역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염수 방류 전 건어물, 소금 등을 미리 사놓으려는 ‘패닉바잉’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줄도산을 우려하는 생산업자들은 업종 변경을 고민하거나 아예 어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건어물 미리 사두자” 구매 행렬
“오염수 때문에 자식들이 미리 사서 보내달라고 성화네요.”

지난 19일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건어물 상가. 건어물 특유의 고소한 향기가 30여m 앞에서도 코끝을 스친다.

평일 오전임에도 건어물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져 있다. 구입을 마친 손님들 양손에는 멸치, 다시마, 미역 등이 3~5개씩 들려있다.

소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 건어물을 미리 사두기 위한 구매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주부 A(69·서구 내방동)씨는 “타지에 사는 자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 김·멸치·다시마를 보내달라고 해서 서둘러 사러 왔다”며 “건어물은 1~2년 두고 먹을 수 있으니 미리 사두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장 상인들은 건어물을 미리 사러 온 소비자들의 모습에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30년간 양동시장에서 건어물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김영숙(70)씨는 “건어물 판매로 가게 매출이 3배 가까이 뛰었다. 타지역으로 택배를 보내는 손님들도 기존보다 크게 늘었다”며 “방류 이후가 걱정돼 건어물 발주도 미리 넣어둔 상태다.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 관련 생산·판매자들은 줄도산할 게 뻔하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생업을 그만두겠다는 상인들도 나오고 있다.

양동건어물시장에서 43년간 자리를 지켰다는 황원자씨(84)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 기회에 장사를 잠시 쉬겠다고 밝혔다.

황씨는 “건어물이 아무리 바짝 말렸다고 한들 음식이라 상할 수밖에 없다. 미리 많이 사두는 것도 한시적일 뿐이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번 기회에 그냥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동시장 건어물 상가에 이어 고등어, 갈치 등 생선을 판매하는 수산물 상가 구역으로 발길을 옮겨봤다. 건어물 상가의 시끌벅적했던 모습과는 달리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파리채로 생선에 붙는 파리를 쫓는 상인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했다.

수산물 가게에서 만난 김영준(52)씨는 “부모와 함께 생선을 구입하러 온 자녀들이 ‘오염수 방류 시작인데 꼭 사야겠느냐’며 구입을 제지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돼 씁쓸하다”며 “꽃게, 낙지 등은 7월 말까지 금어기로 이 시기가 수산물업계엔 비수기다. 현재는 당장 타격이 없지만 금어기가 해제되는 여름철 이후엔 오염수 방류까지 겹치게 되는데 아마도 수산업계에 줄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업인 어업 포기를 고민하는 어민들도 늘고 있다. 여수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A(77)씨는 육지 귀농도 고려하고 있다.

A씨는 “여수 안도에서 30년째 꽃게, 갑오징어, 아귀, 돔·우럭 등을 잡고 있다”며 “천일염 가격도 오르는 마당에 수산물값이나 제대로 받을지 걱정이다. 5톤 어선 2대로 조업 활동을 하고 있는데 광주 또는 농촌으로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산물 축제’ 타격 우려

1년 중 절반 이상을 수산물을 주제로 축제를 여는 신안군 어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안군은 격월로 수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를 연다. △5~6월 병어축제(지도읍)·깡다리축제(임자면)·홍어축제(흑산면) △6월·간재미축제(도초면) △8월·민어축제(임자면) △10월·새우축제(안좌면) 등이다.

지도읍 젓갈타운에서 열린 ‘섬 병어 축제’의 경우 57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소득증대와 지역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된 바 있다.

신안군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지역 관광·경제 활성화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억근 신안군관광협의회지회장은 “신안 특성상 4계절 횟감과 수산물이 나오기 때문에 14개 읍·면에서 축제가 열린다”며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갈 경우 한달이면 제주도에 당도한다는 게 해양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신안에서 천일염 생산, 조업 활동 등에 임하고 있는 어업인 대다수가 오염수 방류를 놓고 경제활동에 타격을 입을까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시찰단을 보내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왔으면 국민 알 권리를 위해 명확한 자료를 내놔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해수부, 수협 등 기관별 대응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산물 관련 축제 외 요리나 김장에 필수양념인 젓갈에도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김장수 신안군수산연합회장은 “신안 새우젓은 지도젓갈타운에서 집중 판매된다. 새우젓은 배 위에서 절여 수협위판을 통해 판매된다. 새우를 절일 때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천일염이다”며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거나 천일염 생산자가 출하를 중단할 경우 새우젓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 필수 품목이어서 소비자들이 구입을 꺼리지 않을까 잠이 오질 않는다”고 밝혔다.
조진용·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