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역사누리터’ 첫 삽도 전에 정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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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민주주의역사누리터’ 첫 삽도 전에 정체성 논란
● 광주시교육청 타당성 조사 보고회
5·18 등 광주민주주의 세계화 사업
정확한 부지·예산규모 빠져 ‘빈축’
참석자, 추상적 사업 설명 지적도
  • 입력 : 2023. 06.19(월) 18:12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19일 오후 2시 광주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가칭)광주민주주의역사누리터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양가람 기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의 33번째 공약인 민주주의역사누리터가 착수보고회 단계부터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용역기관과 시교육청과의 소통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오후 2시 광주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가칭)광주민주주의역사누리터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책국장을 포함해 실무추진단과 외부자문단 등이 참석, 용역기관으로부터 과업 수행방향 등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았다.

광주민주주의역사누리터 건립은 이 교육감의 ‘5·18 전국(세계)화’ 관련 추진 정책 중 하나로, 전체 공약 가운데 33번째 사업이다. 5·18민주화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민주주의 역사와 관련된 오프라인 교육·체험 공간으로, 지역 유관단체와 연대해 교육자료를 개발하거나 5·18 세계화를 위한 국제교류 및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시교육청은 오는 2025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올해 안에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본예산을 통과한 연구용역비 1억원 가운데 총 9300여만원이 연구 용역을 맡은 조선대학교 측에 전달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용역 사업은 이건근 책임연구원(조선대 초빙교수)의 총괄 아래 내년 2월3일까지 진행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사업의 개요 및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민주주의역사누리터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의 교육관 건립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용역”이라며 “민주주의역사누리터 건립은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인재를 만드는 데 포인트가 있다. 광주지역 학생과 시민, 타 지역민들도 와서 즐기고 체험함으로써 민주시민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용역은 크게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두 축으로 진행된다”며 “광주민주주의의 역사를 광주학생독립운동 이전 의병활동, 동학농민혁명, 3·1운동 등 민족해방운동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농민쟁의 등으로까지 폭넓게 확대하려 한다. AI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전시와 시민 소통·교류 공간 마련 등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옆 부지를 활용해 누리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다만 정확한 부지나 예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원 측은 다른 사례나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에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곧바로 추상적인 사업 설명뿐이라는 지적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질의자로 참석한 박미선 전남대 교수는 “전국 최초 ‘민주주의 역사 교육관’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기존 역사 자료 전시로는 타 시도교육청의 역사관, 문화관과의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광주만의 특수한 민주주의를 소개하겠다는 것인지, 민주주의의 보편성 속에서 광주만의 특수성을 드러내겠다는 것인지 등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리터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청과 연구원 간 이견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며 “연구용역 이전에 미래의 청소년들이 배워야 할 민주주의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 또 청소년 중심시설인 만큼 청소년 위주의 공청회도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 용역에 관한 교육청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도 이어졌다.

최영순 시교육청 정책국장은 “민주주의역사누리터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안타깝게도 착수보고회에서는 그 대상과 교육의 방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교육청 정책팀과 용역 발주처 간 소통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사업의 정체성이나 규모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책임연구원은 “지난 9일에서야 계약이 이뤄져 여러 진행 과정에서 미흡하게 보이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예산 규모나 장소에 대한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진 상태지만,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돼 현 단계에서 공개하기엔 어렵다. 다음 중간보고회에서는 궁금해하신 부분들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섭 시교육청 세계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오는 8월 말께 1차 보고회가 열릴 계획이다. 오늘 나온 의견들이 다음 보고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발주처 간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