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기자 |
현장을 순례하면서 슬픔을 공유하고 추모와 성찰의 계기로 삼으며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되새기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명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약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미국 9·11 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제로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크 투어리즘 유적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 건너 제주도에는 ‘제주4·3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시관을 포함한 다양한 시설들이 4·3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희생자의 위패 및 유해 봉안관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이 밖에도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학살됐던 조천면 북촌리에 조성된 ‘너븐숭이 4·3기념관’,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등에서도 4·3 당시의 학살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했는지를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제주시는 지난 2020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해 시행 중이며, 역사 기행에 참여하고 있는 관광객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3사건과 뗄 수 없는 쌍둥이 사건으로 불리는 여순사건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여순사건을 기념하는 공간으로는 유일하게 여수시 수정동 내 여순사건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전남도 내 유일하게 여수시에서 여순사건 시티투어 운행 등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을 2년 전부터 시행해왔지만 참여율은 1년 내내 10% 정도에 그쳤다.
여순사건의 경우 전남 동부권뿐 아니라 전남 전역과 경남 서부지역, 전북 지역 일부에도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지난달 찾은 구례군 간전면 소재 간문천은 여순사건 당시 약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는 논으로 개간돼 유해 발굴은커녕 사건 당시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위령비 하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잊히고 지워진다. 그리고 되풀이된다.
이제는 전남도 여순사건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억·배움·성찰’의 공간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물론, 단지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잇는 여순의 새로운 미래상을 정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