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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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편리의 역습
이기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3.02(목) 18:00
이기수 논설실장
커피 판매점에서 주문하는 커피 종류를 보면 연령대가 확연히 구분된다. 계절에 관계없이 중장년이상 세대는 주로 ‘핫(hot)’을, 그 이하세대는 ‘아이스(ice)’를 시킨다. 후자가 젊은세대 전유물이 된듯하다.그런데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스커피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건강이 조금은 걱정된다.

 시중에 유통 중인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다회용기보다 최대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여기서 일회용기는 아이스커피를 담는 플라스틱 컵과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용기 등을 말한다.미세플라스틱은 길이 5㎜ 미만인 플라스틱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배달 음식 활성화로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중에 유통 중인 일회용기 16종과 다회용기 4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시험 결과 일회용기에서는 개당 적게는 1.0개, 많게는 29.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반면 다회용기에서는 개당 0.7∼2.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377잔)을 고려하면 커피를 모두 일회용 컵으로 마실때 개인별로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양은 연간 약 2639개에 달했다.이번 조사결과는 테이크 아웃 커피와 배달 음식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소비자원은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危害性)은 아직 과학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제적인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흡입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북극과 남극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의 꼭대기 인근,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등 지구 모든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연구진은 국제 해양 환경 저널 ‘머린폴루션블러틴’에 발표한 논문에서 뉴질랜드 인근 바다에서 어선들이 잡은 대구 등 10여 종 155마리의 자연산 생선 샘플을 검사한 결과 7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019년 호주 뉴캐슬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고,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이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고, 월간으로 칫솔 한 개의 무게라고 밝히고 있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을 쉽게 흡착하므로 각종 독성물질을 농축해버릴 가능성이 있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플라스틱 욕망이 환경 파괴와 건강까지 위협하는 위기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이제 불편을 감수하더라고 텀블러 (다회용기)사용을 생활화함으로써 커피값도 절약하고 자신의 건강도 지키는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즉각 실천할 때다.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윤리적 생활운동가인 루시 씨글(Lucy Siegle)이 제시한 ‘일상생활속에서 플라스틱 발자국(Plastic footprint)를 줄이기 위한 8가지 행동수칙(8R)’을 소개한다. 사용 축소(Reduce), 재사용(Reutilize),재활용(Recycle), 사용 기록(Record)을 통한 소비 평가, 재사고(Rethink),다른 제품 대체(Replace), 사용 거부(Refuse), 리필(Refill)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