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과 슈퍼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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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최태원 회장과 슈퍼리치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1.09(월) 16:53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문자로 기록된 인류 최초의 문서는 세금 장부였다고 한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독일 고고학연구소 귄터 드라이어 교수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작은 점토판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상형문자를 발견했다. 해독 결과 문자는 기원전 3300여 년 전, 왕에게 세금으로 바친 기름항아리 숫자와 이를 바친 사람의 이름으로 밝혀졌다. ‘기원전 3000여 년을 전후해서 등장한 인류의 문자생활이 창조 욕구보다 세금 부과 등 지배층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이 발굴을 주도했던 귄터 교수의 주장이다.

기원전 2400여 년 전, 수메르에서 발견된 쐐기문자(설형문자)에도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군대를 일으킨 지배자가 보급물자를 모으기 위해 가혹한 세금을 거두고, 신전의 재산을 전용하는 등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미국 고고학자 새뮤엘 크레이머가 해독한 수메르의 서사시에 나오는 내용이다. ‘새로운 지배자가 통치하면서 득실거렸던 세리와 기생충같던 관리들을 내쫓았다’는 기사도 나온다. ‘부자가 자행하던 부정과 착취를 금하면서 시민들이 자유를 찾았다’는 기사도 흥미롭다.

세금은 예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을 좌우했고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중요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본수익에 대해 세금을 늘려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소득 증가가 자본가의 소득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세계 각국이 벌이는 법인세 인하 경쟁을 두고도 그는 ‘바닥을 향한 경주’라고 비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정부의 법인세 인하 움직임에 ‘무차별적인 법인세 인하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취약계층에 대한 위기 관리가 중요한 시기, 획일적인 인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라.”고 촉구했다. 부유세가 빈곤층을 구제하고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많이 벌었으면 많이 내는 것이 공정한 나라다.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덜 걷겠다는 정부와 서민을 위해 더 내겠다는 부자들 중 누가 옳은 것일까. 다른 것은 몰라도 세금 만큼은 공정하게 내고 싶다는 최태원 회장과 슈퍼리치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