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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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마약왕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3. 01.08(일) 17:04
김성수 정치부장
“La cucaracha, la cucaracha ya no puede caminar porque no tiene, porque le falta marihuana que fumar~.(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야 노 뿌에데 까미나르 뽀르께 노 띠에네, 뽀르께 레 팔따 마리화나 께 푸마루)”

멕시코 민요인 ‘라 쿠카라차(La cucaracha)’의 한구절이다. 라 쿠카라차는 1910년부터 1920년까지 진행됐던 멕시코 혁명 당시 노동요나 민중가요로서 뿐만아니라 농민혁명군의 군가로서 애창되던 노래이다.

스페인어인 ‘라 쿠카라차’의 뜻은 바퀴벌레인데 노래 구절을 그대로 번역하면 “바퀴벌레 바퀴벌레 더 이상 걸을 수 없구나 이젠 없으니까, 다 떨어졌으니까 피울 마리화나가~”라고 한다.

노래 가사중에 흥미로운 건 마리화나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멕시코 농민들의 삶은 비참했다. 토지의 97%는 아시엔다라는 농장의 형태로 대지주들의 소유였고, 정치는 그야말로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스페인으로부터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쿠데타로 집권한 뽀르피리오 디아스 대통령은 멕시코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소수의 지주와 기업에게 몰아주기식 성장을 했다. 비참했던 농민들이 당시 마리화나에 의존했던 일상이 노래 가사에 묻어있는 듯 하다.

결국 멕시코는 현재 ‘마약범죄’로 악명 높은 위험국가로 분류돼 있다. 멕시코에는 ‘마약왕 엘 차포’로 불리는 호아킨 구스만이 존재한다. 그는 멕시코 최대 마약 범죄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이다. 구스만은 지난 1993년 콰테말라에서 마약밀매와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된 뒤 2001년 땅굴탈옥을 했지만, 2014년 다시 붙잡혀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그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도 체포됐다.

최근 들어 마약범죄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최순호 부장검사)는 지난 한 해 총 8건의 외국인 마약 밀수를 직접 수사해 적발하고,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14명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이 압수한 광주·전남 밀수입 마약류를 살펴보면 2020년 대비 야바는 11.8배, MDMA는 4.8배 급증했고, 케타민도 대량 유입되는 등 신종 마약류가 급격히 확산했다.

‘대한민국은 점점 더 깊은 마약의 늪에 빠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영화 ‘마약왕’의 이두삼, 드라마 ‘수리남’의 조봉행은 실존인물로 이들 마약왕의 말로는 알다시피 ‘감옥행’이다. 우리 사회에 느슨해진 마약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