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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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호가호위
  • 입력 : 2023. 01.04(수) 17:26
  • 최동환 기자
최동환 체육팀장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거나 남의 위세를 빌려 위엄을 부린다는 뜻이다. 오늘날 이 말은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남을 등치는 행위를 비유한다.

‘전국책 초책’ 우화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인 기원전 4세기 초 초나라 선왕 때의 일이다. 당시 초나라는 재상 소해휼이 모든 실권을 쥐고 있었다.

어느날 선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북쪽에 있는 여러 나라들이 우리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 하는데 그게 사실이요?”라고 물었다.

이 때 선왕이 등용한 위나라 출신인 강을이 “그렇지 않습니다.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선왕이 “그러면 어찌하여 그런 말이 나네게까지 들이는 것이오”라고 묻자 강을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우가 호랑이에게 붙잡힌 적이 있는데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나를 잡아먹어서는 안된다. 옥황상제께서 나를 백수(百獸)의 왕으로 만들었다. 그대가 믿지 못하겠거든 내 뒤를 따라와 보라.’ 여우를 앞세우고 호랑이가 뒤따라가보니 모든 짐승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여우가 무서워 달아나는 줄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가 무서워 도망쳤던 것입니다. 호랑이는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북쪽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천리나 되는 땅과 백만 명이 넘는 군대를 소해휼 한 사람에게 완전히 맡겨두고 계십니다. 북쪽나라가 무서워 하는 것은 대왕의 무장한 군대입니다. 마치 모든 짐승들이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를 무서워 하듯 말입니다.”

무릇 호가호위의 궁극적인 책임은 여우가 아니라 호랑이에게 있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사를 맡기고 자격도 없는 힘을 남용하도록 방치한 것은 다름 아닌 호랑이이고 군주인 것이다.

최근 민선 2기 체육회장 선거가 끝나면서 광주시체육회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선인을 도운 일부 측근들이 자신들에게 ‘줄세우기’식의 언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측근 인사들의 잘못된 월권 행위는 광주 체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체육회 직원들을 갈등과 반목으로 내몰아 소신있는 체육 행정 업무 추진을 저해한다. 광주시체육회장 당선인은 측근 인사들이 힘을 남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동환 체육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