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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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횡재세
  • 입력 : 2022. 12.20(화) 17:32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영국에서 지난 8월 '더는 안된다(enough is enough) 캠페인' 조직이 결성됐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생활비 위기에 맞서기 위해 노조, 시민단체, 노동당 하원들이 주도해 결성 한달만에 50만명이 가입하는 호응을 얻었다. 이 캠페인은 분노를 행동으로 전환을 지향하고, 실질적 임금인상 에너지비 인상에 한계둘 것, 배고픔 끝내기, 모두에게 주택, 부자세 부과 등 5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노동당 자라 술타나 하원의원은 "현재 영국 억만장자 수는 역대 최고이고 회사들의 이익도 역대 최고이나 대중들의 삶만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당신들의 필요냐 그들의 탐욕이냐 이것은 정치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외부 요인은 독점적 지위에 있는 특정 업체에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정유업체가 대표적인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발언은 유명하다. 지난 6월10일 바이든은 "엑슨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는 말을 남겼다. 세계적 석유기업인 엑슨이 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당기 순익이 무려 29조원인 것을 직격한 것이다. 석유기업 엑슨 수익은 기업의 노력보다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니, 힘든 시기에 소비자와 수익을 나눌 필요가 있음을 압박한 것이다.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크다. 유가가 하락에서 생긴 손실이 생기면 도와 주지 않으면서 왜 국가가 나서 팔을 비트냐는 불만이 나온다.

횡재세는 영어로 윈드 폴(wind fall)이다. 바람에 떨어진 과실을 뜻한다. 기업이 개혁과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고 의도치 않게 뚝 떨어져 우연히 얻은 소득과 같다는 얘기다. 횡재세, 즉 초과이윤세는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등 22개국이 기업의 과도한 이익에 세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때도 새로운 버전의 횡재세를 도입했다. 영국의 경우 보수정권인 마커릿 대체 보수당에서 시행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1980년 지미 카터 정권때 부활한 횡재세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석유산업에 횡재세를 부과한 세금이 결과적으로 유가에 반영돼 실패의 쓴 맛을 경험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부의 재분배 일환으로 이중세금부과 등 형평성 논란에도 횡재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은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추가로 걷고 있으며 영국은 특정산업에 대해 한시적 초과 이윤세 25%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도 정유사 등 초과이익에 대해 21% 세금 부과를 논의중이다. 은행에 초과 이득세를 부과한 나라 역시 늘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 5월 은행 횡재세를 공식화했고 스페인도 4.8% 횡재율을 적용키로 했다. 체코는 내년부터 은행의 초과 이윤에 대해 60% 부과키로 확정했다.

우리나라 국회도 정유업체와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세무사회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횡재세 도입 찬반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전쟁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특정 분야 기업들이 때아닌 특수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하는 것에 박수치고 환영할만 일은 아니다. 이들의 은행 계좌가 차곡차곡 쌓여갈 때 다수의 서민은 생존의 벼랑끝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돈벼락 맞은 기업에 대해 한시적 초과 이윤세 부과 논의는 건전한 기업 활동에 발목잡기도 아니다. 강풍에도 예기치 못한 과실을 챙긴 사람들의 이익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공론의장에서 토론하고 공동의 선을 도출할때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