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작가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여행'프롤로그에 나오는 문장이다. 두 개의 바퀴가 앞으로 굴러감과 페달을 밟는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에서 온 몸으로 감지되는 생동감을,그러면서 바퀴가 도달하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이 들어오는 것이야말로 자전거 여행의 진미임을 현재형 동사들로 적고 있다. 2000년에 1권의 초판이 나왔고 2004년에 2권이 나온 뒤 중쇄가 거듭된 점으로 미뤄보아 자전거 여행 출판은 독서 인구와 자전거 여행 실행족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라고 추정한다. 특히 자전거 타기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기후 위기 시대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어서다. 전 세계 국가와 도시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충하고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는 이유다. 한데 이 달 광주에서는 이런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전개되고 있다.광주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운영중인 공영자전거 대여 서비스'타랑께'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시의회가 내년 관련 예산를 싹둑 잘랐기 때문이다. 연간 5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하루 평균 이용 대수가 70대에 불과할 정도로 이용률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타랑께는 '타라니까'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으로, 2020년 7월부터 상무지구를 중심으로 자전거 350대, 주차장 51개소로 시작된 공공 자전거 대여사업이다. 시는 타랑께 내년 예산으로 4억9800만원을 편성했는데,시의회가 예산심의에서 이중 3억2200만원을 삭감했다. 이용률이 저조하면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운영 관리 용역비중 1억 9800만원이 깎였고,정거장 설치비 34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타 지자체와 광주간 공공 자전거 올해 예산 규모는 비교 불가 수준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서울(따릉이) 324억원, 창원(누비자 ) 62억원,대전(타슈)39억원, 세종(어울링) 18억원인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타랑께의 경우 시행한지 2년 6개월이 지나 홍보 부족과 서비스 가능 지역 제한 등의 이유로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자전거 대여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와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연간 예산 규모가 100억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가 전체 예산의 65%를 삭감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의회 고유 역할이지만 합리적 결정인지는 의문이 든다. 광주의 경우 자전거 도로 정비와 이용 여건 개선에 타 지역만큼은 아니더라도 투자를 늘릴 때란 판단 때문이다. 현재까지 '타랑께' 운영을 위해 15억원 정도가 투입됐는데 1개 용역비 수준의 내년 예산으로 이용률을 높이기는 어불 성설이다. 성과와 효율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한 채 효율성만을 근거로 예산이 편성되고 심의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공공사업의 경우 효율성만이 평가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적시에 적소에, 적량의 돈이 쓰여져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김훈 작가의 표현대로 자전거와 사람이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경지는 아니더라도 광주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날이 가급적 빨리 도래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의 현명한 판단과 안목을 기대한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