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46-2>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사례로 본 '우울한 풍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 46-2>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사례로 본 '우울한 풍년'
양배추, 지난해 대비 77% 폭락||화천군 애호박 213톤 산지폐기 위기||금(金)추라던 고추 '이제는 옛말'
  • 입력 : 2021. 11.14(일) 17:19
  • 김은지 기자
무안군 해제면 현해로에서 양배추 밭을 재배하고 있는 고송자(71·여)씨의 밭. 전남일보 자료사진
'풍년의 역설'은 비단 쌀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양배추, 고추, 애호박, 마늘 등 수많은 곡류, 야채류가 산지폐기의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지난달 중순 출하를 앞두고 있던 무안군 해제면 양배추 생산 농가도 풍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얼굴에는 근심만이 가득했다.

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무안군 해제면에서 출하된 양배추(1망·8㎏) 거래 가격은 올해 3600원,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 1만5800원보다 77% 폭락했다.

양배추는 일반적으로 중간 도매 유통 상인들과 계약재배방식으로, 6.61a(200평) 기준 110~120만원에 이뤄진다. 양배추 농사 시작 전 중간 도매 유통 상인들과 파종 시 30% 지급, 나머지 70%는 수확 철에 지불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A농가 기준 85.95a(2600평)에서 양배추를 재배해 6.61a(200평) 기준 200만원 선에 출하를 마쳤다.

A농가는 지난해 수익을 본 뒤 올해 2.97㏊(9000평)으로 재배면적을 늘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이 늘고 예년보다 장마도 짧았던 데다 태풍 피해까지 없어 공급량이 늘었다. 그러자 중간 도매 유통 상인들의 연락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동안 무안군 내 대부분의 양배추 농가는 양파를 주작물로 재배하면서 8월 출하를 마치고 휴식기를 이용해 양배추를 재배했다. 10월 양배추 출하를 끝내면 다시 양파 재배를 해왔다.

대부분의 양배추 농가는 내년 농사까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폐기를 고려했다. 이에 무안군은 양배추 생산 농가를 돕기 위해 무안 양배추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고, 산지폐기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강원도 화천 애호박 산지 폐기도 2018년에 이어 3년 만에 재현됐다. 가뭄이 없고, 일조량이 풍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소비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전국 애호박 최대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군에서 산지폐기가 시작됐다. 애호박 시장 반입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고, 가격은 평년 대비 40% 이상 폭락함에 따라 결정된 것.

화천군 118곳의 농가가 200㏊(60만5000평) 면적에서 재배하는 애호박의 연간 생산량은 4500톤으로 전국 유통량의 70%를 차지한다.

7월 중순 애호박 8㎏ 1상자 평균가격은 3889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02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이다.

정부와 농협이 애호박 농가에 지원하는 보상금은 8㎏ 1상자당 5200원으로 인건비와 모종값 등을 제외하면 겨우 손해를 면하는 정도다.

그 결과 총 213톤의 애호박이 산지폐기될 위기에 놓였으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전국의 소비자들이 나섰다. 7월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하루 사이 최소 112통의 애호박 주문이 접수됐다. 이는 8㎏ 기준 1만4000상자에 해당, 화천군에서 일주일 동안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고추 농가들 역시 올해 과잉 생산에 도매가가 폭락하는 '우울한 풍년'을 맞고 있다.

통계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올가을 국내 고추 재배면적은 총 3만3373㏊에 달해 지난해 대비 6.1%(1927㏊) 증가했다.

게다가 작황까지 좋아 전체 예상 생산량은 약 35%(2만870톤) 늘어난 8만95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상황에 고춧값은 유례없는 가격 폭락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건고추 도매가는 30㎏당 55만8000원에 그쳐 지난해 대비 33%(27만3000원)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 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농가들의 체감은 한층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추 생산 농가의 '풍년의 역설'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긴급 정부수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전북도의회는 제2차 정례회 첫 본회의에 이 같은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고추농가 최저생산비 보장을 위한 정부 긴급수매 촉구)을 긴급 상정해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고추 생산 농가 돕기에 나섰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