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46-3> 가격 뛰어 재배 면적 늘렸더니 이번엔 가격 폭락…반복되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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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46-3> 가격 뛰어 재배 면적 늘렸더니 이번엔 가격 폭락…반복되는 '악순환'
적정 재배면적 파악 못해 과잉생산 '비일비재' ||다양한 기상 상황 따라 생산량 증감도 달라져 ||소비형태 변화·수입변동에 따른 편차도 원인
  • 입력 : 2021. 11.14(일) 17:12
  • 김은지 기자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채소. 뉴시스
풍년이 불러온 농산물 가격 폭락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작물의 이름만 다를 뿐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풍년의 역설'은 매년 반복되는 것일까.

원인은 다양하다. 과잉재배에 따른 생산량 증가, 사회 전반의 소비 부진, 값싼 수입 농산물 유입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적정재배 면적을 파악하지 못해 과잉생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차다. 수급 조절 실패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은 농민들의 '투기적 재배'를 부추기고 있다. 수급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작물은 이듬해 재배 수요가 물리고 가격이 떨어지는 행태가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기상변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재해, 기상 호조 등 다양한 기상 상황에 따라 생산량 증감이 커 적정면적 대비 생산량 조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 태풍으로 인한 작물피해가 극심해 대부분의 식자재 가격이 대폭 상승했지만, 올해의 경우 작황이 좋아 가격이 대폭 하락한 것이 그 예다. 지난해와 올해의 편차가 특히나 컸기 때문에 올해 '우울한 풍년'을 맞이한 농가가 크게 늘 수밖에 없었다.

적정면적을 재배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재해피해 발생 시 공급 부족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수급 불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음 해에 생산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소비 형태의 변화도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식생활 문화가 달라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학교 단체급식 수요가 급감했고, 최근 수도권에서 3인 이상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음식점 등을 통한 농산물 소비가 매우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는 줄지 않았던 때와 달리 올해는 소비가 급감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수입 변동으로 인한 가격 편차도 크다. 신선 농산물 및 가공품 수입 증가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것.

생산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인당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대량 소비처의 수입산 사용 증가로 만성적 공급과잉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적정면적을 생산하더라도 수입 농산물에 의해 가격 조정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중국 등에서 수입량이 확대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산지 내 생산감소, 재해 등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는 국내 반입이 어려워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격 등락의 편차가 크면 농업소득 감소로 직결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관련 업계는 농업이 지속 가능성을 가지려면 농산물 가격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5년부터 채소가격안정제를 실시해 도매시장 평년가격의 80%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등, 폭락 속에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경작할 수 있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도와 각 시·군, 농협, 농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며 "무엇보다 특정 농산물의 생산에 앞서 그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가격형성의 전망까지도 면밀하게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