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44-2> "제대로 된 일상 얼마만… 경각심 잃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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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44-2> "제대로 된 일상 얼마만… 경각심 잃지 말아야"
당신의 코킷리스트는
  • 입력 : 2021. 10.31(일) 18:14
  • 김혜인 수습기자

지난달 29일 광주 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공무원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비품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예방접종센터는 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하며 운영이 중단됐다. 접종 완료율에 따라 각 구청 예방접종센터도 순차적으로 철수될 예정이다. 나건호 기자

이강용 남구 선별진료소 검사원

"사복 차림으로 가족들과 놀러가고 싶네요"

이강용 남구 선별진료소 검사원

"이제 방역복 벗은 모습이 더 어색하죠. 가족들과 마스크 없이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게 제일 큰 바람입니다."

광주 남구 보건소 선별진료 검사원 이강용(64)씨는 지난해 9월부터 1년 2개월째 코로나19로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보건소 감염병관리과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정년퇴직한 베테랑이다. 현장에서 은퇴한 그지만,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선별진료소를 위해 주변의 반대에도 지원을 자처했다.

이씨는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의료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글을 봤다"며 "사람들이 '정년까지 마쳤는데 이제 쉬시라'고 했지만, 느껴지는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굳은 신념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마음이 이따금 흔들리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 최전방에서 일하는 탓에 가족들과 사소한 외출 한번도 굉장히 신중해야 했고, 타 지역 이동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 하나로 이곳(선별진료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코로나 방역에 혹여 걸림돌이 될까 외식같이 가벼운 가족 모임조차 못해 항상 미안하다"며 "명절이나 연휴도 없어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다들 이해해주고 지지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코킷리스트로 '가족과 추억 쌓기'를 꼽았다. 정년 후 '이제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코로나19 방역 관계자로 투입되면서 그 기회가 오랜 기간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간 지나간 시간만큼 많은 것을 함께하고 싶다는 그다.

이씨는 "그동안 휴가를 써도 어딜 가지 못했다. 이제는 가족들과 놀러 가기도 하고 외식도 마음껏 하면서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며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제일 크다"고 소망했다.

이어 "이제 위드코로나로 어느 정도 삶이 회복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국민이 언제나 조심해야 된다는 경각심을 잃지 않고 코로나 조기 종식에 함께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유정 동강대 스포츠재활트레이닝과 2학년

"대학생다운 생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오유정 동강대 2학년

"마스크 벗어 던지고 과 MT도 가고 친구들이랑 학식(학교 식당 밥)도 먹어보고 싶어요. 대학생 다운 시간을 보내는 게 소원이에요."

동강대 스포츠재활트레이닝과 2학년 오유정씨의 소망이다. 그는 소위 '코로나 학번'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21년에 입학한 이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오씨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다고 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입학했지만, 코로나19로 사라져 버린 '캠퍼스 낭만'을 누리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 자꾸 생각나서다.

어느덧 대학생활의 전부인 2년을 코로나19와 함께하고 있는 그는 "과 동기들과 어울려 다양한 얘기도 나누고 대학 MT나 축제 같은 캠퍼스 활동을 기대하면서 왔는데 전혀 못하고 있다"며 "'언젠가 한번은 할 수 있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학사모 쓰는 시간만 다가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수업 시간이라도 친구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 생활 대부분의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뤄졌고, 어쩌다 모일 수 있었던 실기 수업에서도 친구들과의 교류는 힘들었다.

오씨는 "수업을 하면서 동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교수님 말씀을 듣다 잠깐 조별 모임 하는 게 함께하는 전부였다"며 "대면으로 진행된 실기 수업조차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고, 대부분 영상이나 PPT(파워포인트)로 대체돼 친한 동기를 손에 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그의 '코킷리스트'는 자유로운 여행을 가는 것도 콘서트를 가서 뛰어노는 것도 아니다. '대학생 다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유일한 소망이다.

"거대한 걸 바라지 않는다. 마스크 벗고 동기들끼리 밥도 먹고 수업 듣는, 이때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며 "또래 친구들이 다 이런 생각을 할 거다. 되돌아보니 경험해보지 못한 게 많아 괜히 아쉽다"고 했다.

또 "하루 빨리 코로나가 끝나 대학에 들어오는 후배들은 코로나 이전처럼 같이 놀러 다니고 학교도 계속 나오면서 대학 생활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용태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장

"어르신들에게 갓 지은 쌀밥 드리는 게 꿈"

배용태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장

"어르신들에게 갓 지은 쌀밥을 드리고 싶습니다."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배용태 관장의 소박한 '코킷리스트'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사랑의 식당(노인 무료 급식사업)'에는 매일 100여명의 어르신이 찾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랑의 식당은 문을 닫아야 했다. 벌써 1년9개월이 넘었다. 방역지침 탓에 식당 내 인원제한이 생겨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일주일 간격으로 대체식품을 포장해 드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체식품은 대부분 햇반이나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제까지 인스턴트만 먹어야 하냐"는 어르신들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배관장은 난감했다. 배 관장은 "사랑의 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은 결식 우려가 높은 분들이다. 그래서 아침을 먹지 않고 식당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따뜻한 쌀밥이 아닌 대체식품을 드릴 때마다 참 속상하다"고 했다.

대체식을 제공해도 다 먹지 않는 노인분들도 많다. 배 관장은 "어르신들의 입맛에 인스턴트 식품이 맞지 않다. 젊은사람들도 하루 이틀 지나면 쌀밥이 그리워지기 마련인데 노인분들은 오죽하겠냐"고 했다. 그는 "우리 복지관은 질 좋은 쌀밥을 주기로 유명한데 이 같은 명성이 무색해졌다"고도 했다.

그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하루 빨리 사랑의 식당 운영이 재개될거라 믿고있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그동안 방역당국이 대규모 행사의 경우 상황에 따라 인원제한 등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사랑의 식당은 규제 완화 대상에서 포함되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그는 "백신접종이 완료된 사람만이라도 선별적으로 사랑의 식당에서 따뜻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역당국의 고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하루빨리 사랑의 식당에서 어르신들이 오순도순 앉아 따끈한 쌀밥을 드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기남 플래티늄 여행사 소장

"이제 떠납시다…다들 여행가고 싶잖아요"

김기남 플래티늄 여행사 소장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힘들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여행업계에게 코로나19는 '최악'의 직격탄이었다. '아웃바운드(Outbound·내국인들의 외국여행)' 주력 여행사에 힘겨움은 더 컸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기남씨.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의 여행사 역시 아웃바운드 주력 여행사였다. 그가 여행객을 데리고 비행기를 탄 것도 어언 1년7개월이 넘었다고 했다. '어떻게 견디었냐'는 질문에 "청천병력"이었다는 그의 답이 힘겹게 들렸다.

그나마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위안이라고 했다. 정부가 순차적으로 국제선을 재개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여행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선을 단계적으로 재개한다고 했지만, 당장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다. 그는 "해외에 다녀왔을 때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거나, 크고 작은 이동과정에서 인원 제한도 불가피해 단체관광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연·월차 다 끌어모아서 (해외여행을)간다해도 거기서 2주간 자가격리 해야 한다면 누가 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코킷리스트'가 '하늘길이 열리고 격리가 사라진 여행'인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비단 그만의 코킷리스트는 아니다. 모든 여행사의 코킷리스트일 터다. 그의 바람은 또 있다. 김씨는 "공항은 열렸는데, 타고 가는 승객의 인원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다 태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여행에 동반되는 모든 규제가 띄엄띄엄이 아니라 한꺼번에 풀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느냐는 물음에 그는 '유럽'을 꼽았다. 현재 스페인·프랑스·터키·그리스·스위스 등 유럽 20여개국은 일찍부터 격리 없는 입국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나는 것은 규제가 여전한 현실이다. 그는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던 일상이 하루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안명선 헬스 트레이너

"해외 보디빌딩 대회 출전하고 싶어"

안명선 헬스 트레이너

"코로나19 이전에는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헬스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일정이 꽉 차 있었죠.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방역 수칙에 따른 헬스장 영업 금지 조치가 가장 힘들었어요. 2주에서 한 달 정도 일을 하지 못했거든요. 당시 PT(Personal Training) 회원을 제외한 일반 회원은 30% 정도 감소했고, 오전 40대 이상 회원들은 40~50% 정도 감소했어요.

나가는 돈은 고정적으로 있는데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서 정말 고통 받았어요. 헬스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니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유튜브 촬영을 했고 저녁에는 편집 후 쪽잠을 잤어요. 새벽 일찍 일어나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2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매년 보디빌딩 대회도 함께 준비했거든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해외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해외여행과 대회를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설원혁 장성군 홍보실 주무관

"'온동네 노랗게 꽃 잔치' 열었으면 "

설원혁 장성군 홍보실 주무관

"장성은 황룡강을 품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옐로우시티 장성'이라 불리며 황룡강 일원에서 펼쳐지는 행사 일정이 항상 가득 차 있었죠. 황룡강, 장성호 일원에서 진행되는 수변길 마켓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에요. 해년마다 가을 행락철이 되면 장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황룡강 일원을 정비하고 수려한 꽃을 식재하는 등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관내 모든 축제가 취소됐고 민생경제도 얼어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턴 정부가 발표한 '위드 코로나'시대에 발맞춰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예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옐로우시티 장성도 코로나19 이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코로나19 감염 상황 전파보다 장성의 대표 축제인 황룡강 노란 꽃잔치 행사 소식을 알리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합니다."

김은선 카페 사장

"못만난 지인들 만날 거예요"

김은선 카페 사장

"공무원학원, 재수학원 등이 즐비한 학원가에 매장이 위치해 학생 손님 맞이하기 바빴어요. 주말에는 시내 나들이 나오는 가족들과 젊은 손님들, 그리고 외국인 여행객들 다양한 손님으로 늘 바쁘게 지냈죠.

코로나가 터지면서 학생들 등교가 제한되고 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니깐 손님도 줄더라고요. 디저트 간식 배달도 매장의 주 수입원이었지만, 단체 주문이 줄어 수입에 타격이 컸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온다고 하는데, 다른 바이러스가 또 유행할 수 있으니 코로나 이전의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스크를 벗어 던진 일상을 맞이하고 싶네요. 그리고 매장 운영이 정상화 되어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해야겠죠? 한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 가족들과도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싶습니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성악가

"공연·인문학 강의 맘껏 펼치고 싶어"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성악가

"코로나19 이전은 광주에 다양한 문화난장과 인문학 강의가 자리 잡아가며 꽃을 피우는 시기였어요. 마을문화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문화예술이 생산자 중심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소비자인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소통하며 즐겁게 향유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에서 소통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어요.

코로나는 관객의 자리와 입을 막았고, 온라인이라는 일방적 소비를 강요했어요. 많은 예술인과 시민들은 예전의 문화예술이 춤추는 도시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시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며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스마트해진 문화예술은 생산자, 소비자와 함께 새로운 문화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저 역시 시대정신인 문화 융복합을 기반으로 한 공연과 인문학 강의 등 문화예술 활동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요."

김혜인 수습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