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6-1> 마륵동 탄약고 이전 본격화… "군공항 문제 함께 풀어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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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6-1> 마륵동 탄약고 이전 본격화… "군공항 문제 함께 풀어야" 목소리도
탄약고 이전부지 지반공사 시행||서구주민 "70년 숙원 해소" 기대||군공항 소음피해 겪은 광산주민||"국방부 이중플레이… 광주 분열"
  • 입력 : 2020. 12.20(일) 17:54
  • 최황지 기자
국방부는 '광주기지 영외탄약고 이전 사업'을 통해 서구 마륵동 탄약고를 군 공항 인접부지(서구 서창동, 광산구 도호·신촌동)로 이전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사진은 서구 마륵동 일대 나건호 기자
광주 서구 마륵동에 있는 공군 탄약고 이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재산권과 생존권을 침해받았던 70년의 숙원 해소"를 기대하는 마륵동 주민과 "군 공항과 탄약고 동시 이전"을 외치는 광산구 주민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국방부가 뒷짐 속 광주시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광주기지 영외탄약고 이전사업'을 통해 서구 마륵동 탄약고를 군 공항 인접부지(서구 서창동, 광산구 도호·신촌동)로 이전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앞서 10월30일 탄약고 예정지 연약지반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24일 공사에 착수했다.

이 소식에 마륵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현했다. 한국전쟁 말기부터 군사시설이었던 이 일대는 1976년 마륵동 탄약고로 신축됐고 인근 212만㎡가 군사보호시설 구역으로 묶여, 인근 주민들은 70년간 재산권 침해 피해를 봤다.

84년째 마륵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양곤씨는 "이승만 정권 때는 군사시설이라고 땅을 빼앗더니 1976년 탄약고를 신축하면서 국방부에 헐값에 땅을 팔게 됐다"며 "보상을 받기는커녕 내 땅에 말뚝 하나 박지 못하는 개발제한을 받았다. 인제야 마륵동 탄약고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숙원을 풀 수 있어서 반갑다"고 기뻐했다.

1990년도에 마륵동 탄약고 이전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마륵동 탄약고 이설추진위원회' 고광만 사무처장은 생존권 침해도 호소했다. 큰 사고는 없었어도 44년을 보낸 낡은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고 사무처장은 "광주 지역 지형도를 놓고 보면 시청이 인근에 있고 광주의 중앙에 있는 동네가 마륵동이다"며 "광주시 전체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탄약이 옮겨 다니는 과정이 내 집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두렵다. 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 주민들은 근 50년을 살았다"고 토로했다.

마륵동 주민들이 환영 의사를 표현하는 상황 속 광주 군 공항의 조속한 이전을 외치던 광산구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초 2016년에 추진되려던 탄약고 이전사업이 전면 중단된 이유는 군 공항 이전사업과 결부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등은 탄약고 이전이 군 공항 이전에 따라 유동적으로 추진될 사안이라고 했지만 마륵동 탄약고가 이전하면 군 공항 이전사업도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광산시민연대 임한필씨는 "광주와 전남이 군 공항 이전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갖고 전남을 설득해야 하는 광주가 내부에서 혼선이 생겨 안타깝다"며 "소음으로 수십 년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군 공항 이전이 더욱 늦춰질 것 같아서 주민들 사이에선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마륵동 탄약고 이전의 당위성에 공감하지만 서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졸속처리가 아닌가 싶다"며 "지자체 예산, 국가 예산이 중복으로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군 공항 이전사업에 동력을 상실하면 후폭풍은 광주시 공동체에도 돌아갈 수 있다.

송정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역 정치인들은 주민 여론을 눈치 보고, 국방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니 군 공항 이전이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국방부가 군 공항 이전 추진을 위한 예비후보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마륵동 탄약고 이전으로 이중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는 광주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