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 잘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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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 잘논다"
궁둥이를 요리조리 흔들거나
고래를 이리저리 젓는 동작들
강강술래에 수반된 놀이 중
가장 흥미로운 놀이로 꼽혀
  • 입력 : 2017. 08.18(금) 00:00
냇물에서 재미로 하는 고기잡이 '천렵'은 고대의 사냥과 고기잡이의 습속이라고 할 수 있다. 냇가를 찾아 벌이던 삼복중의 풍경으로, 사람들은 투망이나 반두, 뜰망 등을 가지고 냇가로 몰려가 민물고기를 잡는다. 곡성군 제공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어 화색이 저 색이 곡우 남생 놀아라./

익사 적사 소사리가 내론다./ 청주 뜨자 아랑주 뜨자 철나무 초야 내저끄락/

나무접시가 구갱캥/



강강술래의 한 장면이다. 남생이의 동작을 흉내 내는 데서 비롯된 놀이이자 노래다. '남생이 놀이'라고 한다. 선소리꾼이 "남생아 놀아라"라고 선소리를 메기면 강강술래에 참여한 남녀노소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촐래촐래가 잘논다"라고 받아 노래한다. 흉내를 잘 내는 이들이 강강술래 원 안으로 들어가 남생이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궁둥이를 요리조리 흔들어대거나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동작들을 한다. 곱사춤, 궁둥이춤, 작대기춤 등이 추어진다. 노래도 반복되고 놀이도 반복된다.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강강술래에 수반된 놀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놀이다. 남생이 놀이를 하는 참여자들의 양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원무를 추는 사람들은 이 가사를 반복하고 원 안의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안무가 곁들여진 강강술래에서는 미리 배역을 정하기도 한다. 춘향이, 방자, 양반, 색시, 포수, 토끼, 원숭이 등의 흉내를 내게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이나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깔깔거리며 웃다가 자지러진다. 우스운 흉내 내기 놀이이기 때문이다. 대개 강강술래에 수반되는 이런 놀이들을 여흥놀이라고 한다.



곡우 남생이와 해남 우수영 달팽이

남생이는 거북이나 자라와 비슷하게 생겼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민물 거북이다. 등 모양이 거북처럼 생겼다. 모양만으로는 자라와 남생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남생이는 목을 등껍질 속으로 숨겼다가 내밀었다 하면서 기우뚱 거리며 걷는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우습다. 이 모양을 '촐래촐래'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궁둥이를 심하게 흔드는 것을 성적 모방행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강강술래 여흥놀이 중의 하나인 '바늘귀 뀌자'나 '지와밟기'도 마찬가지다. 앞사람의 허리를 붙잡고 심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성행위의 모의주술로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민속문화 전반에 퍼져있는 풍요와 다산, 생산력 발휘 기능을 하는 놀이임을 알 수 있다. 풍성한 엉덩이가 발산하는 성적 은유(메타포)다. 하지만 해남 우수영에서는 달팽이를 '남생이'라고 한다. 남생이 놀이가 달팽이를 잡아 놀이하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수영 사람들은 유년시절에 달팽이를 잡아가지고 놀면서 '남생아 놀아라'라고 노래했다. 달팽이의 양 촉수가 꾸무럭꾸무럭 움직이는 것이 남생이의 뒤뚱거림을 닮기는 닮았다. 하지만 가사에 나온 남생이놀이를 달팽이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본래의 남생이 놀이가 달팽이 놀이로 변화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촐래 촐래 대신 '발랭이 발랭이'라고도 하고 '출랑이 출랑이'라고도 한다. 가사를 분석해보면 민물 거북이인 남생이를 모티프 삼았음에 큰 이견을 내가 어렵다.



남생이 놀이는 어디서 왔을까?

기왕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남생이 놀이 해석은 매우 순화되어 있다. "곡우 남생 놀아라"는 24절기 곡우와 관련되어 있다. 남생이는 9월경 월동에 들어갔다가 음력 3월 중순 곡우에 다시 나오기 때문이다. '어화색이 저색이'는 "어 허새비 저 새비" 가 변한 말이라고 했다. '허새비'는 허수아비의 남도 방언이다. 남생이가 허수아비를 보고 너무 일찍 나온 것을 뜻한다는 것. 그러나 내용 전반을 보면 "어화 새끼 저 새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저 남생 무리를 가르키는 지시어라고 보면 된다. 혹은 "어화 새비 저 새비"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새비는 새우의 남도 방언이다. "익사 적사"는 에너지를 모아 공동 작업을 할 때 내지르는 구호다. 배의 노를 저을 때나 공동 노동을 할 때 흔히 주고받는 노랫말이다. 실제 일부지역에는 "익사 적사" 강강술래가 있다. 선두그룹이 "익사"하고 외치면 후진 그룹이 "적사"라고 맞받으며 발을 굴러 뛴다. "소사리가 내론다"를 아지랑이로 해석했다. 틀린 풀이다. '소사리'는 문자 그대로 '소나무 잎'이다. 남도지역에서는 소나무잎을 긁어다 땔감을 했다. 이것을 '소사리 나무'라고 했고 이를 쌓아두면 '소사리 배늘(벼늘)'이라고 했다. 노랫말의 서사적 맥락을 보면 아지랑이로 해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청주 뜨자 아랑주 뜨자"의 청주는 탁주의 윗술 즉 맑은 술이다. 아랑주는 탁주를 다시 증류한 소주를 말한다. 모두 음주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철나무초야 내저끄락"은 "소나무초야 내젓가락"의 뜻이다. 철나무초든 소나무초든 모두 젓가락을 만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나무접시 구갱캥"은 나무로 만든 접시 혹은 나뭇잎들을 모아 만든 그릇이고 장절을 맞추기 위해 댓구를 넣었다.



남생이놀에서 천렵(川獵)놀이까지

어디서 많이 보던, 아니지 어디서 많이 하던 풍경 아닌가? 그렇다. 바로 천렵(川獵)의 풍경이다. 곡우가 지나고 남생이가 나온다. 이 새끼 저 새끼 여러 마리의 남생이들이다. 혹은 이 새우 저 새우와 남생이들이다. 물 위에 솔가지 혹은 솔잎들이 떠내려 온다. 청주와 아랑주 등 술을 뜬다.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만든다. 남생이와 민물새우 등을 천렵하면 매운탕을 끓인다. 지금이야 남생이가 희귀종이 되어 보호되고 있지만 물 맑고 오염되지 않았던 시절, 냇가에는 남생이가 많았다. 이외 각종의 민물 서식종들이 대상이 된다. 붕어나 미꾸라지, 민물조개, 물 깊은 곳에서는 메기나 빠가사리도 좋다. 지금 비밀리에 남생이가 비싼 값으로 팔린다지 않는가. 보양식으로 좋다는 뜻이다. 이열치열 보양식을 언제 먹는가? 바로 삼복더위의 단백질 섭취 풍속이다. 이 천렵의 풍경이 강강술래 놀이에만 들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양반네들의 피서 풍경에도 녹아들어 있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를 보면 이를 엿볼 수 있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盤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侯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반반한 바위에 솥을 내걸고 은빛 비늘 번쩍이는 민물고기들을 후리질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매운탕을 끓일 야채, 양념은 물론 솥이나 냄비 등이 필수다. 낚시대와 각종 어구류 등도 수반된다. 천렵 장소에 도착하면 넓적한 바위 위에 솥을 걸고 소나무 잔가지를 모아다 불을 붙인다. 준비해간 도구로 물고기를 잡는 한편 물을 끓인다. 고기가 얼른 잡히지 않으면 '고랑막이'를 한다. 폭이 좁은 곳을 찾아 돌과 흙을 쌓아서 막고 안쪽의 물을 퍼낸다. 청주와 아랑주가 여러 순회 돌게 되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노래자랑을 열기도 한다. 취흥이 돋으면 관솔불을 밝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밤에는 횃불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동년배들 끼리끼리 혹은 남녀노소 어울려 한 여름의 더위를 몰아낸다.



강강술래의 남생이 놀이는 천렵(川獵)놀이를 여흥삼은 것

남생이 놀이가 천엽놀이에서 왔음을 확인해봤다. 강강술래에서 남생이놀이에 이어 부르는 노래가 개구리타령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천렵이야 냇가에 벌이는 사냥 놀이지만 들판이나 둠벙에서 벌이는 놀이는 개구리 사냥이었다. 이 또한 천렵 못지않게 주요 단백질 섭취 활동이었다.

"개고리 개골청 방죽아래 왕개골/ 왕개골을 찾을라믄 양폴을 뜩뜩 걷고 미나리 방죽을 더듬어/ 어헝 어헝 어헝 낭 어라디야/ 삼대독자 외아들 병이날까 수심인데/ 개고리는 머하라 잡나 외아들 꾀아진데 데려믹일라고 잡었네".

그렇다. 양 팔을 걷어 부치고 미나리 방죽을 더듬어 가면서 개구리를 뭐 하러 잡나? 야윈 삼대독자에게 먹이기 위해서 아닌가. 특히 폐병을 앓는 이들이 선호했던 보양식이 개구리다. 이 맥락에 따라 가사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드는 모양) 잘 논다/ 어화 새끼 저 새끼(이곳에도 저곳에도, 혹은 이 새우 저 새우) 곡우 남생(곡우에 나온 남생이) 놀아라. 익사 적사(천렵하기 위해 공동체의 힘을 모으는 구호) 소사리(솔잎, 솔가지)가 내려온다(물에 떠내려 오는 모양, 즉 매운탕을 끓이기 위한 나뭇가지 모으기)./ 청주 뜨자 아랑주 뜨자(탁주와 소주 등 술을 따르는 모양) 솔나무초(소나무 가지)야 내 젓가락 나무접시(나무 잎이나 가지를 엮어 임시로 만든 젓가락과 그릇) 구갱캥(놀이의 재미를 위해 덧붙이는 댓구)



삼복더위의 피서놀이 중 고래의 유속으로 남아 있는 천렵만큼 생동감 있는 놀이가 또 있을까싶다. 강강술래의 여흥놀이는 물론 양반네들의 풍류놀이에 언급되고 노래된 이유일 것이다. 높은 산 깊은 계곡을 찾아 심신을 맑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니. 따라서 지금까지의 교과서 수록 강강술래 남생이놀이에 대한 해석이나 놀이 안무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천렵(川獵) 풍경과 관련된 놀이이기 때문이다. 아열대로 변한 기후를 실감하는 이즈음 삼복(三伏)이 오복(五伏)되고 칠복(七伏)되는 듯한 무더위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뜰망' 하나 매고 물 맑은 냇가로 나가볼 일이다.


남도인문학 TIP
냇가에서 즐기던 천렵


천렵(川獵)은 냇물에서 재미로 하는 고기잡이를 말한다. 고대의 사냥과 고기잡이의 습속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 각지 물 좋고 산 좋은 냇가를 찾아 벌이던 삼복(三伏)중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끼리끼리 투망이나 반두, 뜰망 등을 가지고 냇가로 몰려가 민물고기를 잡는다. 남도지역에서는 '쪽대'나 '반두'가 개펄지역이나 냇가지역에서 고루 쓰였다. 아가리를 작게 하고 아래춤을 넓게 대나무로 엮어 만든 통발도 유용하다. 물고기를 찔러 잡는 작살 등도 사용되었다. 두레나 물을 품을 수 있는 도구는 모두 유용하다. 물고기를 잡으면 매운탕을 끓인다. 청주를 뜨고 아랑주를 마시면서 피서를 한다. 목욕은 기본이요 씨름도 하고 놀이도 한다. 탁족이나 모래뜸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피서 놀이다. 남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천렵과 씨름장, 탁족이나 모래뜸질을 하던 냇가와 천변이 지명으로라도 남아 있는 이유다.

이윤선 인문학 시민기자ㆍ남도민속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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