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광주시민 승리대회’ 본대회에 앞서 오월풍물단의 길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김양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지난 4일 이후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번화가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각자 주점에 모여든 손님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문 선고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보며 축배를 나눴다. 지난 연말 12·3계엄사태로부터 122일만에 내려진 파면 결정을 두고, 시민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안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상호(26)씨는 “파면 결정을 기념해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선고가 계속 늦어져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올바른 결과가 나와 정말 다행”이라며 “계엄사태가 남긴 사회적 충격이 너무 컸다. 이제는 민생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우(25)씨도 “역사적인 순간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수십년간 쌓아 올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을 체감했다”며 “이번 탄핵정국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각성하고, 민생회복과 사회안정에 더욱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침체했던 동네 골목상권에도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 자리를 가득 채운 손님들 덕에 식당과 각종 매장에는 모처럼 웃음소리가 흘렀고, 상인들 역시 한결 밝은 얼굴이었다.
봉선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유호원(52)씨는 “불경기로 인해 매장 운영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서서히 경기가 살아나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주말인 지난 5일 광주시민들이 벚꽃이 활짝 핀 광주 서구 광암교에서 동천교 사이 광주천변에서 힐링음악회 새봄을 민끽하고 있다. 광주 서구청은 윤석열 파면과 함께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힐링콘서트를 마련했다. 김양배 기자 |
6일 서구 광주천변 일원에서 열린 새봄힐링음악회를 찾은 박선형(27)씨는 “봄을 만끽하고자 벚꽃이 활짝 핀 천변을 찾았다. 음악을 감상하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며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을 통해 정치가 시민들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시민을 위협하는 위헌적 계엄령이 발붙힐 수 없는 사회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휴일에도 도서관을 찾은 청년들은 경기회복과 취업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취업 준비생 정지우(25)씨는 “최근 몇년간 불경기가 이어지며, 지역 청년들의 취업난도 심화하고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으니, 새로운 지도자는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더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가족들과 마주 앉은 주말 ‘밥상머리’ 위로도 자연스럽게 ‘대통령 파면’ 이야기가 오르며 함박웃음이 이어졌다.
안남식(67)씨는 “친척들과의 저녁식사 대화 주제가 온통 헌재의 파면 선고 이야기였다. 윤 전 대통령이 가족들을 모두 통합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윤 전 대통령을 더는 보지 않아도 돼 가족 모두가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고 귀띔했다.
김대수(60)씨도 “민주국가의 질서를 어지럽힌 지도자의 비참한 말로에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대선에는 국민을 서로 통합하고 아우를 줄 아는 포용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한다”며 “국민 모두가 화합해 더욱 평화롭고 부강한 사회와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준명·이정준·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