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환호했다. 계엄 당일 시민들은 국회로 몰려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장갑차를 몸으로 막아섰다. 계엄 선포 이후 122일 동안 시민들은 잠 못 이루며 거리로 뛰쳐나와 퇴진을 외쳤다. 지난 4일 11시 22분 헌재의 파면 선고는 국민과 헌법, 민주주의의 승리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대통령이 두 번째로 파면된 건 헌정사의 큰 비극이나 다름없다. 또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은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지켜낸 건 언제나 시민이었다.
내란 청산은 아직 끝이 아니다. 수사당국은 윤석열의 범죄 혐의 입증에 진력해야 한다. 파면 선고 전 지지부진했던 수사를 ‘빠르고 엄정하게’하라는 의미다. 그 출발점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재구속과 각종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된 부인 김건희 수사·기소임은 불문가지다. 그것이 정의이자 그동안 고통과 분노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낸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내란 잔당 역시 혐의 입증을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어설픈 관용은 사회를 분열과 충돌 속으로 몰아넣을 기회를 제공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젠 국민 통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헌재 선고일 당일 경찰의 최고 수위인 ‘갑호 비상’을 발령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대국민 사과나 승복 의사를 굳이 밝히지 않던 과거 모습과 달라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헌재의 결정에 온전한 승복만이 더이상 혼란을 막는 길이다.
정치권의 대결구도도 종식돼야 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과도한 탄핵소추와 입법권 남용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중대한 위법 행위지만, 민주당의 횡포와 전횡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요소로 판단한 것이다. 야권도 대화와 타협이 있는 정치 복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다. 미국 발 관세 폭탄의 직격탄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속되는 내수 침체와 민생도 힘겹다. 지도자 공백 상태인 현재 경제와 민생, 더 나아가 외교는 중요한 국가 현안이다. 이제 60일 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대선 역시 불가피하게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 넉 달간 간 심리적 내란 상태에 있던 국민들을 또다시 갈등으로 내 몰수 있다는 예기다. 공정한 대선이 시급하다. 정부는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여야 정치권은 국민 통합 노력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닌 국가 현안과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두 번의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도 갈등을 접고 빠른 안정화를 찾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광장의 분열과 적대는 이제 끝내고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여는 모습이 절실하다. 정치권은 갈등을 접고 안정을 통해 국정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헌장사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단단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