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파면, 입장차이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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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노영필>파면, 입장차이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노영필 교육평론가
  • 입력 : 2025. 04.06(일) 18:25
노영필 교육평론가
탄핵 선고는 명징했으나 아직도 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민주주의를 논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차이와 다름이 공존하는 사회다. 헌법재판소는 최고의 법으로 그 민주주의를 판단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헌법적 판정과 형사법적 판정은 달라진다. 국회에 의해 소추된 탄핵 심판은 11차례 심리로 종결되었지만 선고되지 않은 채 한 달이 넘도록 민주주의의 탕자가 되어 거리에 나 앉았고 사회적 분열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헌법재판소는 22분짜리 인용문을 통해 민주주의 금과옥조를 꺼내 놓았다. 그 인용문 덕분에 탕자의 오명을 벗고 제 길을 찾은 셈이다. 무도하고 무지한 자에게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일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헌재 탄핵 선고 중계를 보던 시민들은 내란수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듣고 환호했다. 지난해 12월 3일,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들이닥친 친위내란은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내몰았다. 이후 불면의 밤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국민들 몫이었다.

국민을 이길 권력은 없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하다. 국민을 상대로 싸운 정권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민주주의 역사를 지켜온 것도 늘 국민이었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만들고 바꾼 주인도 역시 국민이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피로 쓴 역사다.

차이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렇다고 해서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는 입장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다루는 정의의 문제이다. 윤대통령이 선포한 12·3 계엄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명료하게 위헌·위법적 행위였음이 판단되었다. 탄핵 소추단이 제기한 5가지 쟁점인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위법성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계엄 포고령 1호의 위헌·위법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의결권 행사 방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의료인 복귀 강제조치의 부당성이 조목조목 인정되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이렇듯 명명백백한 ‘파면’ 판결 이후에도 광장의 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탄핵 반대를 외친 사람들은 욕설을 퍼붓고 정치적 사기라고 울부짖었다.

이 명백한 판결을 두고 왜 그들은 받아들이지 못할까?

탄핵 판결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주장을 내세우는 입장의 문제는 아니다. 그 엉뚱함은 계엄을 겪은 세대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 판단의 차이는 정의롭게 존중되어야 한다. 다양성이 공존되면서 차이가 승복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집에 사로잡힌 엉뚱한 주장은 정보의 왜곡과 조작이 만든 부작용까지 가세한다면 두려울 일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모두 짚고 가야 할 문제가 분명해졌다.

탄핵 선고를 둘러싸고 보인 미디어의 횡포다. 미디어로 조작되고 왜곡된 사실을 존중해야 할 차이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역사 강사 전한길씨의 문제점을 주목하는 이유는 확증편향을 다루는 악의성을 서슴없이 조장하고 있는 점이다. 역사는 사실을 다루는 인문학적인 세계다. 역사가 조작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12·3 계엄을 둘러싼 소추인단의 5가지 쟁점은 사실의 문제이지 망상적 가설과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국가 세력, 중국 관련성, 탄핵 남발의 경고성 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였고, 헌법 재판관 8명은 이견 없이 파면을 선고한 것이다.

미디어는 탄핵을 둘러싸고 입장이 다른 세력이 맞서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그것부터 사실을 왜곡한 갈라치기 양비론이다. 미디어가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디어가 사실을 왜곡하고 해석하여 알고리즘을 만들고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 자료들만 접하는 사람들은 자기 편향에 갇힐 수밖에 없다.

탄핵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인용문 전문을 다시 읽고 자신의 그릇된 정보를 점검해야 한다. 원문을 읽지 않은 유튜브를 보고 키워진 망상적 소문은 나쁜 알고리즘을 만든다. 거기에 AI의 가공할 힘까지 작동될 때 더 큰 손실이 우리 사회를 조작하고 은폐해 혼돈의 길로 내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