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1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의 제19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가 열려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비상행동 제공 |
지난 2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이곳에는 1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의 제19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촉구하고 있었다. 주최측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는 참석자 전부가 한결같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외쳤다.
이날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은 “명백한 내란 행위를 전 국민이 TV로 지켜 봤음에도 탄핵이 될까 안될까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 어이가 없다”며 “지난 4주간 대한민국은 국제적 위상이 추락했고 경제가 피폐해졌으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헌재가 바라는 것이 이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윤 대통령이 12·3계엄 이후 탄핵 소추돼 헌재에 접수된 지 23일로 100일째에 접어 들었다. 이미 윤 대통령 탄핵 심리 기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91일)을 넘어서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헌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대거 추락함은 물론,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사방에서 도산하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각종 혼란스러운 정보들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양극화다. 당초 90일 이전에 탄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너지면서 거리는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국민들로 가득 차고 있다. 절대 다수가 찬성 쪽에 서 있지만, 반대쪽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탄핵 반대 쪽에 서 있는 집단의 경우 “대통령이 (국무위의 의견 없이) 계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극단적인 논리까지 내세우고 있어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직·간접 경험한 시민들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이에 광주 시민들은 “탄핵이 기각된다면 대한민국이 멈추게 되는 것”이라며 헌재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 역시 연일 피폐해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여야의 요구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문제를 검토 중이지만, 2년 연속으로 수십조 원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다,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더라도 투입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추경 재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조차 지난해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여야가 최소한으로 원하는 추경 규모 14조원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민생경제도 파탄 지경이다.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에 이어 기업들의 도산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살기 위해 인력 충원도 포기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5년 신규채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 중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0.8%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응답률은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가 위상도 추락 중이다. 우방이었던 미국이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고 최근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V-Dem)’가 발표하는 ‘민주주의 보고서’에서는 독재화의 나라로 지목됐다. 불과 몇년 전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전세계적으로 K-열풍을 일으키던 것과는 사뭇 상반된 모습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다수의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지금의 정부를 내리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재의 탄핵 선고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면서 “헌재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상처가 더욱 깊어질 것이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것이다. 국가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