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촌·대학가·대학병원 등 특수상권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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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사무실촌·대학가·대학병원 등 특수상권 '벼랑 끝'
상무지구 주변 상가 매출 급감
고물가에 직장인 구내식당 몰려
새학기 대학가 “개강 특수 옛말”
의료 파업에 대학병원 주변 ‘휘청’
“경기 회복 위한 정책 마련” 요구
  • 입력 : 2025. 03.24(월) 18:24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대학가, 오피스촌, 대학병원 등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둔 특수상권 자영업자들의 영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대학생들이 ‘임대’ 문구가 붙어 있는 대학가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대학가, 사무실 밀집지역, 대학병원 주변 등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특수상권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수상권은 직장인과 학생 등 고정 고객층이 있어 매출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물가와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외식업계의 매출이 상승하는 주말·휴일에는 아예 손님을 찾아볼 수 없어 특수상권이 오히려 상인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상인들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경기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4일 점심 무렵 찾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먹자골목. 인근에 광주시청, 은행, 법원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날 식당가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배모(69)씨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 평일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구내식당 등으로 향하고 있는 탓이다.

배씨는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에도 일부 인기 식당은 꾸준히 매출을 올리겠지만, 대부분의 오피스 상권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식비를 아끼기 위해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모임·회식 등을 줄이는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특수상권의 특성상 주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평일 대비 매출이 최대 70%가량 감소하고, 이런 와중에 식자재비는 끊임없이 오르고 임대료는 그대로이니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에도 ‘개강특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에는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학생들 덕에 식당과 카페가 북적였고,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모임 등 각종 행사로 늦은 밤에도 대학가 상권이 활기를 띠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빠듯해졌다.

조선대 후문에서 1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60)씨는 “방학과 비교하면 매출이 회복됐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30% 정도 줄었다. 방학에는 매출 감소가 심각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보다 더 힘든데, 개강해도 매출이 예전 같지 않으니 영업난이 심각하다”며 “주말이나 방학에는 매일 가게 문을 여는 것이 더 손해일 때도 있다. 토요일만 장사를 쉬고 있는데, 일요일은 다른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아 그나마 매출이 회복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수상권에서는 매출이 보장된다’는 것이 옛 말이 된 상황에서 대학가라는 메리트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제한된 고객층에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상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인들은 매출 급감의 원인으로 부모의 경제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학생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의료파업이 지속되면서 환자 보호자나 병원 직원들을 주 고객으로 둔 대학병원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대병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모(63)씨는 “의료 파업 이후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급감해 매출이 60~70% 줄었다. 중증·응급 환자만 진료할 수밖에 없는 대학병원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대로면 상인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변에 병원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휴일에는 매출이 ‘제로’라고 보면 된다. 대학병원 상권은 대학가와 다르게 ‘방학’ 같은 변수가 없어 매출을 평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현재는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손님으로 온 한 의료인에게 물으니, 현 정부가 백기를 들더라도 의대생들의 오랜 휴학으로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 향후 몇 년간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거라고 답했다”며 “경기침체 장기화로 모든 자영업자가 힘들겠지만,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들은 더 심각할 거라고 생각한다. 임대료·공과금 지원 확대, 상권 맞춤형 지원책 마련 등 상인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조선대 및 조선대병원이 위치한 ‘서남동’ 전체 매출은 약 5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81% 급감했다. 같은 기간 광주시청 등을 포함한 ‘치평동’ 매출은 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17%, 전남대학교가 위치한 ‘용봉동’ 매출은 163억원으로 0.69% 각각 하락했다. 다만 오픈업 매출값은 AI가 다양한 기반정보를 학습해 계산한 추정 매출로, 절대적인 값으로 볼 수 없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