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유동화증권은 홈플러스가 쓴 신용카드 대금(카드사에 내야 할 돈)을 토대로 발행한 채권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산 탓에 특히 논란과 파장이 컸다.
유동화증권은 원칙적으로 회생절차에 따라 상환이 유예되는 금융채권이지만,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변제하겠다고 밝힌 상거래채권의 성격도 갖고 있어 상거래채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투자자들은 유동화증권이 금융채권으로 판정되면 변제 기간이 대폭 늘어나 돈이 묶이는 것은 물론이고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에 따라 상환액이 수십%씩 삭감돼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유동화증권의 발행 규모는 4019억원이며 이 중 개인투자자의 구매액은 1777억원으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에서 유동화증권의 기초가 되는 매입채무유동화(카드대금) 잔액 4618억원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잔액을 현재 발행된 유동화증권도 카드대금과 동일하게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게 됐으며,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에 따라 변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유동화증권은 신영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했고, 이후 증권사 등 복수의 판매사를 통해 개인과 법인 등에 팔렸다.
홈플러스는 해당 증권의 발행사는 아니지만 대금 변제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어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면 결국 유동화증권 투자자들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이달 초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금융투자업계에선 유동화증권을 둘러싼 사기·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적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의 자금난 발생 가능성을 고지받지 못한 채 유동화증권에 투자했다며 사기·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를 주장해왔다.
유동화증권의 사실상 발행 주체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신청 전까지 회사의 위기에 대해 함구한 탓에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게 됐다며, 홈플러스와 소유주인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에 대한 형사고발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채무로 분류가 됐다면 복잡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상황이었는데 이번 결정은 큰 다행”이라며 “각 판매사가 불완전판매 이슈로 시달리고 발행 주관사(신영증권)와 판매사가 홈플러스 측을 대거 고소·고발해 큰 혼란이 벌어질 상황을 일단 면했다”고 말했다.
단 유동화증권의 상환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 측은 매입채무유동화 잔액의 변제 시기 등은 추후 정해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발생한 납품·용역대금 및 임대점포 정산금 4584억원은 회생법원의 조기변제 허가를 얻어 현재 순차 지급 중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상거래채권으로 신고를 하면 관리인은 그 내용을 기반으로 회생계획안을 만들 것”이라며 “법원이 회생계획 자체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그에 따라 조정할 여지도 있지만 그동안 경험에 비춰보면 법원이 유동화증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동화증권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 전까지는 홈플러스, 카드사, 증권사 모두에게 이득인 상품이었다.
카드사는 홈플러스에서 받을 카드대금 채권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고 증권사는 이를 토대로 새 상품을 유통해 수수료를 벌 수 있었다.
홈플러스는 카드로 물품 대금을 쉽게 결제할 수 있고, 차후 카드값을 갚으면 이 돈이 SPC로 입금돼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이 상환받게 되는 구조였다.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등 전체 단기채권의 유통액은 지난 3일 기준으로 5949억원이며, 이중 유동화증권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