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기 작가의 설치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1전시실. 박찬 기자 |
제24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24 ‘사이: 현실과 이성’이 광주 서구 농성동에 자리한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다음달 16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4명의 참여작가가 작업한 회화, 영상, 설치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그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청년작가들을 선정했지만, 올해는 대상을 전국으로 확장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작가는 강민기(부산), 박호은(경기도), 장재민(대전), 윤준영(광주) 등 4명이다. 이들은 경기·강원, 경상·대구·부산, 충청·대전, 광주·전남 등 4개 권역의 대표 공립 기관인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추천을 통해 선별된 뒤 최종 작가선정 회의를 거쳐 선정됐다.
참여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그 이면에 깔린 개인적 심상과 불안을 표현했다. 또한 사회적 부조리를 예술의 형태로 투영해 작품 속에 드러냈다.
강민기 작가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설치작품 ‘모색’, ‘Illusion Space’, ‘변질된 상징’과 영상 작업인 ‘Capturing #1’, ‘Captured# 2’ 등을 통해 강 작가의 이러한 메시지를 성찰할 수 있다. 그물망, 어업용 통발, 와이어, 모래 가변설치 등을 이용해 인간 사회의 모순과 욕망 시스템의 부조리 등을 시각화해 꼬집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박호은 작가의 작품 ‘어둠 너머의 풍경- 여명의 숲’을 확인할 수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2·3전시실. 박찬 기자 |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어둠 너머의 풍경-여명의 숲’은 개인적 내면의 심상을 엿볼 수 있는 독창성이 특징이다. 박 작가는 이 작품에서 개인적인 불안, 우울이 침잠해 올 때의 두려움과 이를 극복해 가는 여정을 이야기한다. 시지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조명 효과로 인간 내면의 감정 변화와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연출해 냈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5전시실에 전시된 장재민 작 ‘비린 곳’. 박찬 기자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5전시실에 전시된 장재민 작 ‘섬 그림 #10’. 박찬 기자 |
황폐화한 자연이나 인적이 드문 삭막한 장소를 배경으로 사회·역사적 의미, 환경적 특징을 작가의 개인적 감정과 결합해 표현한다.
장 작가에게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의 연속이다. 즉흥적 판단으로 관습적인 시선이 개입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신념은 직관적인 감정과 그에 대한 반응들로 재구성된 풍경 속에서 조우된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그의 대표적인 초기작 ‘비린 곳’과 가장 최근작인 ‘섬 그림’ 시리즈는 특유의 강한 생략 기법과 잿빛의 물감이 강렬하게 조화됐다.
광주 출신 윤준영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4전시실. 박찬 기자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2층에서 2001~2024년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참여작가 123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박찬 기자 |
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불안한 현실을 칠흑 같은 어둠 속 홀로 떠 있는 등대, 달빛 아래 숲속 풍경, 사방이 닫힌 미로 등으로 표현됐다. 최근 그의 작품에서는 내면의 감정을 뒤돌아보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사유의 여정이 중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윤 작가의 ‘어딘가에’, ‘소란한 침묵’, ‘어떤 믿음 ’ 등의 작품에서 불안 속에서 피어난 위안의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삶에 대한 개인적 믿음과 희망을 상징한다.
한편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지난 2001년 시작돼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고 청년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그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청년 작가 123명이 선정됐고 올해로 24회를 맞이했다. 지난해부터 (사)광주미술관회의 요청으로 광주시립미술관과 전시를 공동주최하고 있으며 ‘하정웅청년작가상’ 수여 및 전시 참여작가에 대해 1인당 500만원, 총 2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