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골목상권 육성 통해 지속가능 도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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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광주 골목상권 육성 통해 지속가능 도시 만들어야"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3강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꿀잼 로컬크리에이터' 주제강연
"골목길 소상공인 육성이 핵심"
"3단계 로컬브랜딩 방식 활용을"
  • 입력 : 2025. 01.12(일) 18:38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전남일보 지하 승정문화관에서 열린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3강에서 ‘노잼을 꿀잼으로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전남일보 지하 승정문화원에서 열린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3강에서 ‘노잼을 꿀잼으로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의 일상을 흥미롭게 하는 이들은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소상공인들입니다. 로컬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이들이야말로 어마어마한 자원입니다. 이들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의 세 번째 강좌가 지난 9일 오후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강단에 올라 ‘노잼을 꿀잼으로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모 교수는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오스틴대 조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장·국제처장·국제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6년부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로컬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골목상권으로, 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생태계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등을 저술했다.

강연은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확장에 대해 이뤄졌다. 모 교수는 “광주의 홍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광주에서 살고 광주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익숙한 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저평가된 곳이 많다”며 “광주의 홍대라고 하면 동명동이나 양림동이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정부·지자체에서 여전히 관광지로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누구나 예술가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예술가는 보조적인 것으로 소상공인들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광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도시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인 소상공인을 본격적으로 육성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지원 사업이 복지형·생계형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떻게든 버티도록, 연명하도록 도와주는 차원에 머무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 내에 있는 세계적인 도시들은 대부분 골목상권 중심이다. 광주도 홍대, 성수동처럼 골목상권을 키워서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첨단산업이나 복합쇼핑몰 이야기만 하고 있다. 세계는 ‘골목상권이 꿀잼이다’라는 공식으로 가고 있는데 광주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 교수는 경주 황리단길을 예로 들며 골목상권 하나를 잘 관리했을 때 도시가 갖는 경제적·문화적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경주의 경우 황리단길의 중심인 황남동이 커지면서 경주 관광단지가 황리단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중심지가 고립되면서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경주시는 중심상가 일대를 금리단길로 명명하고 황리단길과 이어지는 ‘황금거리’를 조성했다”며 “광주가 동명동을 잘 관리했다면 충장로와 동명동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골목상권 형성이 가능했을 것이고 양림동 또한 지산동, 산수동까지 도로를 연결해 원도심 중심 거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교수는 서울 홍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경주 황남동 등 골목상권의 시작은 빵집, 독립서점, 커피라고 설명했다. ‘BBC(Bakery·Book·Coffee)’라고 불리는 이 세 업종이 풍부한 동네가 머물고 싶은 도시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러 지자체들이 첨단도시, 창조도시를 만들고 싶어 한다. 도시 외곽에 상업단지를 형성하고 신도시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면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며 “광주도 마찬가지로 원도심 골목상권을 BBC 세 가지를 기반으로 성장시켜야 하는데 첨단지구, 수완지구 등 상업도시만 만들고 있다. 새로운 도심이 문화를 형성하고 로컬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적 화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첨단산업, 외곽 산업단지 개발이 아닌 기존 산업자원인 골목상권을 활성화해야 하며 그 첫걸음이 ‘동네 대기업’을 육성하는 일이라고 모 교수는 강조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소상공인 정책은 동네마다 ‘동네 대기업’ 50개 정도만 있으면 해당 동네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 교수는 ‘동네 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로컬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인공지능)나 대기업이 대체할 수 없는 ‘지역다움’을 찾아서 로컬의 무엇을 사업에 접목할지 기획하는 능력,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는 능력, 나의 콘텐츠를 장소와 공간에 구현하는 능력을 소상공인들이 갖출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며 “로컬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3단계 성장 공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SS(BLC·Scale Deep·Scale Up)’라고 불리는 로컬 브랜딩 공식의 1단계는 로컬 컨셉을 설정하는 ‘BLC’, 2단계는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Scale Deep’, 3단계는 지역 성공 모델을 다른 장소로 이식하는 ‘Scale Up’이다. 모 교수는 서울에는 1단계, 2단계, 3단계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대표 창조 산업 단지가 된 동네가 많지만, 지방에서는 1단계에서 2단계로도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1단계인 BLC 설정은 ‘나의 어떤 콘텐츠를 우리 동네의 어떤 장소와 공간에서 어떤 시그니처·비즈니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내가 가진 밀라노 커피 문화 콘텐츠를 시애틀의 전문직이 많이 걷는 거리에서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카페 비즈니스로 만들겠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2단계인 Scale Deep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복제 불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규모 경쟁보다는 로컬 기반의 차별화된 가치 창출과 커뮤니티 구축에 주력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는 로컬 콘텐츠에 특화된 지역 소상공인들이 크리에이터 타운을 조성하고 로컬 콘텐츠 중심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미래 성장 전략이다.

마지막인 단계인 Scale Up은 로컬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전국 시장 또는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한 지역 다른 동네로 확장하는 ‘Local to Local’, 지역 모델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Local to Multi-Local’,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는 ‘Multi-Local to Multi-Local’, ‘세계로 뻗어 나가는 Local to Global’이 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