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상아 기자 |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3주기 추모식이 열린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이강 서구청장, 양부남 국회의원 등이 희생자를 기리는 헌화를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화정아이파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1일 사고 현장인 화정아이파크 2단지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은 강기정 광주시장,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유가족, 소방 공무원, 입주예정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영향으로 간소하게 치러진 이날 추모식에서 희생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가 떠오르는 듯 눈물을 훔치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안정호 화정아이파크붕괴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3주기를 맞이했다”며 “시공사는 전대미문의 사고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대표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때마다 정부는 책임을 지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아 유가족으로서 분노했다. 참사 유족들은 슬픔도 이겨내기 힘든데 다른 것들과도 싸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추모 공간 조성 등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여객기 참사로 또 한 번 큰 슬픔을 맞고 있다. 다시는 사회 재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도 추모식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입주예정자 천민국(40)씨는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를 잊지 않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하고 딸에게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설명해 주기 위해 함께 현장을 찾았다”며 “재시공에 들어간 만큼 더 안전하게 건축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아파트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해당 참사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지만, 책임자 처벌은 지연되고 있다.
11개월동안 이어진 경찰 수사를 통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PIT층(설비층) 공법 변경·최상층 타설에 따른 초과 하중 △하부층 동바리(수직하중 지지대) 철거 △콘크리트 강도·품질 관리 미흡 등이 지목됐다. 다만 시공사인 HDC에 대한 행정처분은 미뤄지는 중이다.
사고 당시 국토교통부는 ‘등록말소 내지는 영업정지 1년’ 등 법이 규정하는 처분을 HDC에 내려야 한다고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1심 소송 선고 결과가 나온 뒤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며 3년째 처분을 미루고 있다.
참사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인 3곳(HDC·㈜가현건설산업·㈜건축사무소광장)과 각 업체 임직원 1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주택법·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 무단 공법·설계 변경, 무리한 부실·졸속 시공 강행과 관련해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모두 과실 책임이 적지 않다고 판단, HDC·가현 측 현장소장에게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각 법인에는 HDC 10억원, 가현건설 7억원, 광장 1억원의 벌금이 구형됐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는 오는 20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간접적인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을 연다.
서울시의 행정 처분도 1심 판결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2년 1월11일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201동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붕괴돼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철거 후 전면 재시공에 돌입한 화정아이파크는 상가층(1~3층)을 제외한 주거층 부분에 대한 철거를 지난해 마무리하고 올해 본격적인 재시공에 돌입했다. 재건되는 아파트는 ‘센테니얼(centennial) 아이파크’라는 새로운 단지명으로 오는 2027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