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무안에 끊이지 않는 추모발길…"아픔 나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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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무안에 끊이지 않는 추모발길…"아픔 나누고 싶어"
활주로 인근 간식·음료 등 가득
철책에 애도편지·검은리본 묶여
'영면하길'…공항계단 편지 빼곡
추모 우체통 설치 자원봉사자도
"안전한 세상 만들자는 다짐을"
  • 입력 : 2025. 01.12(일) 18:51
  • 무안=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지난 11일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1층에 이근호(67)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설치한 추모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윤준명 기자
주말인 지난 11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이 사고 발생일 12월 29일을 의미하는 1229개의 검은 추모 리본을 철재울타리에 내걸었다. 김양배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에는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폭설 등으로 교통 여건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추모객들은 무안공항을 찾아 안타까운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사고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현장 앞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차례상이 마련됐고, 비통한 표정의 추모객들은 경건하게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르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활주로를 둘러싼 철책에는 수많은 검은 리본과 희생자들의 안식을 비는 내용의 편지 등이 묶여있었고, 철책 앞으로는 각종 간식류와 음료, 담배와 주류 등 희생자들이 생전 좋아했던 기호품이 놓였다.

최근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그들이 추위에 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핫팩도 함께 자리했다. 특히 이번 사고로 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면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듯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과 인형 등도 놓여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추모객들은 철책에 묶인 편지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깊은 슬픔에 잠겼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중 한파를 뚫고 먼 타지에서 달려온 추모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울산에서 온 오무홍(56)·김수현(55)씨 부부는 “너무도 참담한 사고에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무안을 찾았다”며 “사고 현장에 와보니 당시 그들이 얼마나 두렵고 아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눈물만 흘렀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에서 온 정은상(61)씨도 “너무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에 무안을 찾아왔다. 사고 현장을 보니 소식을 처음 접했던 당시의 충격이 상기된다”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사고다. 유가족들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찾은 무안국제공항 계단은 추모 공간이 돼 유가족과 추모객들의 마음이 담긴 애도 편지들이 가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마음과 고인과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는 계단 난간을 빼곡히 메웠다.

편지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곳에서 따스하게 영면하시기를…’ 등 추모객들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부 애도 편지는 ‘우리 엄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말을 못 해줬네’, ‘꿈에서라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 등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구구절절한 메시지가, ‘이제 고생, 근심 다 끝내고 천국에서 편하게 쉬렴’ 등 오랜 인연을 가진 고인의 마지막 길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도 많은 이들이 공항을 찾아 아픔을 나누고,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편지를 남기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아프지 않고 편안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김현우(25)씨는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사고로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유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조금이나마 그들이 겪는 아픔을 나누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사고 재발을 막자는 의미에서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항을 찾는 시민들을 돕는 이도 있었다.

이근호(67)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추모 계단 앞에 사고 여객기를 형상화한 우체통을 세우고, 추모객들에게 엽서와 편지지를 제공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배지를 자비를 들여 제작 중에 있다.

이 대표는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어, 유가족들의 슬픔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모 공간을 조성하고, 추모 편지들이 영구히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우체통이 우리가 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다짐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붉은 우체통 조형물을 본뜬 추모 배지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안=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