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화 아이템에 부가가치 접목…전남 활력소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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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지역 특화 아이템에 부가가치 접목…전남 활력소 역할을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에 사람을 연결하다
<1>들어가며
인구 감소세…기존 정책 성과 못내
‘소비 없이’ 스쳐 가는 관광지 전락
지역 상권 협력 ‘로컬 콘텐츠’ 확산
“주민·지자체 적극 지원·관심 필요”
  • 입력 : 2024. 11.20(수) 15:05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국립목포대가 지난 3월 ‘광주·전남 로컬크리에이터 네트워크 포럼’을 개최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목포대 제공.
전남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의 관광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관광객은 지역에서 소비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 농산어촌이 많은 전남은 지역 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집중 육성해 지역의 전통과 문화에 기반한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머무르고 싶은 전남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과 현실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을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전남의 지역소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6년 284만명에 달했던 전남 인구는 20년 만에 200만명이 붕괴됐고 지난해에는 181만명까지 떨어졌다. 전남 인구 180만명 붕괴도 시간 문제다.

전남은 ‘한달 살기’를 포함해 다양한 인구 유치 정책을 펼쳤지만, 2021년에 4만6563명이었던 전남 귀농·귀촌·귀어 가구원수는 2022년 4만454명, 2023년 3만7445명으로 3년 새 1만명 가량 줄었다. 기존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주인구 증가는커녕 생활인구 조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 활성화 노력도 지역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남은 한 해 60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지이지만, 지역을 둘러보고 난 뒤 숙박 등 소비활동 없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유명 관광지의 경우 관광객이 지역에서 소비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떠나면서 지역 주민은 소음과 남은 쓰레기를 감당해야 한다.

농촌마을은 더 심각하다. 오랫동안 대안으로 제시된 식가공·재배지 중심의 6차산업은 부진하다. 식가공은 브랜드 파워가, 재배지는 경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촌 작물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를 해도 재배지를 서구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같은 장소로 만들기 어렵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연결’이다. 지역과 일자리를 연계시키고, 더 나아가 인구 유입을 이끌 역할을 ‘로컬 크리에이터’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이를 ‘로컬 크리에이터’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지역 창업가를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르진 않는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과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정체성이 강조된다.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가 기존 관광 정책과 다른 점은 콘텐츠다. 전남지역은 아직 지역 전통이나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먼저 ‘로컬’을 인식시킬 지역 특화 아이템을 설정하고, 사람들을 ‘전남’이란 공동체로 묶어야 한다. 보편적인 로컬 콘텐츠에 전남만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더한 융합 콘텐츠로서의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

농촌마을, 특히 읍·면 소재지는 독립서점·빵집·카페·게스트하우스 등 생활편의시설을 갖추고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도시처럼 농촌의 콘텐츠도 지역 상권이 견인해야 활성화가 가능하다. 농산물 콘텐츠의 다양화와 고도화도 요구된다. 원물의 신선도로 경쟁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특산물을 재배지역 읍·면 소재지에서 콘텐츠로 만들어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

전남의 로컬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은 좋다. 정부는 2004년부터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지역특화특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전남이 30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인문학·전통정원 특구로 지정돼 2022년 중기부장관상을 받은 담양을 포함해 △곡성 섬진강기차마을특구 △함평 나비산업특구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생약초한우특구 △광양 매실특구 △신안 천일염산업특구 △고흥 웰빙유자석류특구 △영광 보리·모싯잎 산업특구 △구례 야생화생태특구 △화순 백신산업특구 등이다.

청년 작가·사업가도 꽤 많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하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텐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작업실을 마련할 돈이 부족해서 창업은 엄두를 못 내거나, 막상 사무실은 열었는데 일거리가 없어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 판로를 못 구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작업 공간 마련부터 판로 개척까지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내 상권과 협력해 로컬 콘텐츠를 확산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이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려 활동하면서 전남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전남의 고유한 자원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며, 전남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르고 싶은’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전남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전남이 지역 자원과 로컬 크리에이터의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창업자다. 인구를 유입하는 대안으로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목 받는 이유는 창업과 동시에 관람객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며 “사라져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로컬 크리에이터가 많이 육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