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위치한 유니버셜스튜디오 테마파크 입구에 있는 지구본 앞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 LA
LA는 영화, 애니, 게임, 팝 등 무수한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다. LA가 ‘콘텐츠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술·자본·인재로 이어지는 3박자를 갖춰서다. LA에는 캘리포니아대(UCLA),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등의 명문대를 포함해 25개의 대학이 있다. 인재풀이 풍부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LA에서 배출되는 엔지니어 수는 연간 1만 명이 넘는다. 보스턴(9862명), 실리콘밸리(7561명), 뉴욕(6811명)보다 많다.
LA에는 애니메이션·영화 대표 콘텐츠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월트디즈니(Walt Disney), 픽사(Pixar), 드림웍스(Dreamworks) 등을 비롯해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이 영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양대축이 됐다.
최근엔 LA를 거점으로 한 ‘실리콘 비치’가 급부상이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IT(정보기술)·벤처기업들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비치는 실리콘밸리와 LA가 바다를 끼고 있어 붙여진 별칭이다.
최근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콘텐츠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 IT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하다. 실제로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스냅쳇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실리콘 비치로의 이전이 잇따르고 있다.
실리콘 비치가 속해있는 LA카운티에서 현재 활동 중인 IT업체는 36만800여 개로 미국 내에서 가장 많다. 실리콘 비치가 IT·벤처의 새로운 이상형으로 떠오르면서 벤처자금도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다. LA를 거점으로 한 실리콘 비치로의 벤처 투자액은 20억 달러(2조2000억 원)에 달했다.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토종 벤처기업들도 실리콘 비치를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한국에 기반을 둔 비디오 게임 업체들이 실리콘 비치로 대거 진출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창업기업들 가운데 LA 한인타운에 터를 잡은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 K팝, K드라마 위상도 높아지면서 음악계와 OTT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LA를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실적 부진 등으로 고전 중인 월트디즈니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고, 픽사, 드림웍스 등 미국 메이저 애니매이션 스튜디오 등의 구조조정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콘텐츠 천국’인 LA의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하지만 놀랍게도 LA 내 체험형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지식저작권(IP)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휴양, 놀이, 문화로 융복합한 산업화로 지탱하면서다.
1955년 개장한 캘리포이나주의 디즈니랜드는 연간 1800만명의 방문객, 순수익 2조원, 6만57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단순 놀이기구 중심의 테마파크를 넘어 애니메이션과 놀이, 휴양, 숙박,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잇따라 영화·애니메이션 사업에서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기존 IP분야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실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월트 디즈니의 경우, 최근 연속된 영화 실패 등에도 연간 IP 수입만 약 6조원에 달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의 체험형 콘텐츠는 확장성도 갖추고 있다. 이미 디즈니랜드는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 홍콩 등 전 세계에 12개 테마파크와 6개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1964년 첫 개장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1920년대부터 활용하고 있는 제작기지와 세트장을 활용해 영화 스토리에 기반한 다양한 소재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유니버셜 투어버스, 어트랙션(심슨, 해리포터, 슈랙 등) 등은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작은 공간 내에서도 잘 짜인 동선 구성과 4D, 모션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한 어트랙션을 효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역시 미국 할리우드, 올랜도,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등에 자사 테마파크를 운영중이다. 이들 테마파크의 연간 이용객은 최소 500만명에서 최대 2000만명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 위치한 월트디즈니,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테마파크와 휴양지는 전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받고 있는 만큼,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 이후 융복합 산업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LA의 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다.
●전남도, 관광 활용 콘텐츠 육성
관람객 1000만명을 넘어선 순천만 국가정원은 두 차례의 흥행으로 전국적 명소로 인정받았다. 더불어 10년 넘게 이어진 ‘정원’이라는 테마로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순천시는 이런 고민을 해소하고자 국가정원에 캐릭터 테마파크 조성을 천명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창조의 원천이자 영감의 충전지인 정원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라는 살을 채워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방도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기업과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 뛰어난 작품들이 순천으로 모여들고 청년, 학생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문화산업 메카로 순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관광 중심의 체험형 콘텐츠 육성에 관심이 높다. 순천시의 구상처럼 순천만 국가정원을 LA의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윤석열 정부가 순천시를 ‘콘텐츠’를 특화한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함에 따라 체험형 콘텐츠 육성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인기 높은 캐릭터 등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이다. 결국 순천 도심에 조성할 콘텐츠 산업화를 통해 만들어낸 순수 캐릭터 등을 순천만 국가정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시 된다. 다만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많은 로열티를 내고 유치하는 이유도 자체 캐릭터 개발에 한계가 커서다. 다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최근 K-컬처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낼 동력은 충분하다. 다만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LA에 창업한 케빈 김 브레이브터틀스 대표는 “LA가 콘텐츠 산업 뿐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는 건 오랜 역사에 있다”면서 “전 세계인에게 인기있는 미키마우스는 100여년 전 만든 캐릭터이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인기 캐릭터들이 만들어지면서 LA만의 IP가 풍부하다. K-컬처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섣부른 접근은 금물이다. 순천에 콘텐츠 산업화를 통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IP가 대중적 관심을 받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과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진다면 K-디즈니 전략은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LA 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