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 ‘글래디에이터 Ⅱ’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리들리 스콧 감독 ‘글래디에이터 Ⅱ’.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글래디에이터 Ⅱ’는 검투사들의 무대인 원형극장 콜로세움이 주배경이다. 영화 속 콜로세움은 필자가 그려봤던 상상 속 콜로세움보다 더 많은 요소들을 풍성히 채우고 있었다. ‘글래디에이터 Ⅱ’의 스토리는 전편인 ‘글래디에이터’(2010)와 연계돼 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판타지 속 희대의 영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닮은 듯 다른 스토리가 필요했을 듯. 실제로 역사적 고증이 뒷받침되지 않는 허구를 믹스하다 보니 구성에 개연성이 부족한 신, 시퀀스 들이 있었다. 일견 역사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면 억지스러움이 묻어나오게 마련인가 싶다.
전편 ‘글래디에이터’ 줄거리를 보면, 검투사 막시무스에 대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신임이 깊어 아들과 딸 대신 막시무스에게 황제 자리를 넘겨주려 한다. 이를 사전에 안 아들 콤모두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 자리에 오른다. 막시무스의 가족은 처형했지만 시민들의 영웅이었던 막시무스를 죽일 명분이 없어 검투사 시합을 하게 만든다. 막시무스를 사랑하던 루실라 공주에게는 어린 아들 루시우스가 있다. 막시무스는 검투사 시합에서 연전연승하며 살아남아 콤모두스에게 복수를 한 후, 생을 마감한다.
‘글래디에이터 Ⅱ’는 20년 후가 배경이다. 쌍둥이 황제가 지배하는 로마는 폭정 아래 병들었고 ‘로마의 꿈’은 잊힌 지 오래다. 어릴 적 죽음을 피해 타지로 보내진 루시우스는 하누(배우 폴 메스칼)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누마디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루시우스는 로마군의 침략에 대응하는 전쟁을 치르면서 아내 아리샤를 잃고 노예로 전락한다. 이 전쟁으로 마르쿠스 아카시우스(배우 페드로 파스칼) 장군은 영웅이되고 쌍둥이 황제 게타(배우 조셉 퀸)와 카라칼라(배우 프레드 헤킨저)는 전승축하 검투사 경기를 치르게 한다. 황제를 제압하고 권력욕을 발하는 마크리누스라는 빌런 역을 배우 덴젤 워싱턴이 안정적으로 보여준 반면, 다른 주역들은 쨍하는 빛을 발하지는 않은 듯하다.
볼거리는 콜로세움 안에서 벌어지는 혈투. 이를 위해 식인 원숭이, 코뿔소, 식인 상어를 등장시킨다. 이 가운데 콜로세움 안에서 벌이는 ‘살라미스 해전’은 하이라이트격이다. 콜로세움 크기의 60%로 구현한 콜로세움 세트 안에 물을 채우고 위협적인 식인 상어를 득실거리게 만든 것은 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규모다. 제작비가 3억 1000만 달러(4330억 원)면 전작으로 벌어들였던 6430억 원의 2/3를 쏟아 부은 격인데 87세의 노장 감독이 감당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스콧 감독 역시 속편이 갖는 위험부담을 토로했다 한다. 속편은 전편보다 우월하지 않으면 비교하향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전편이 호평 일색이었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위시한 5개 부문을 수상한 만큼 ‘글래디에이터 Ⅱ’는 혹평이 충분히 예상되던 터였다.
더욱이 이 영화를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한만큼 한국 영화인들의 평가는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필자의 견지로는 작품성의 신선함은 없었다. 주역 배우의 연기력도 도드라지지 않아서 볼거리만으로 내세우기에는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영화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드는 생각은, 서양인의 기질에 대한 이질감이다. 그들에게는 잔혹한 야만성이 태생적으로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시대인들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콜로세움을 중심으로 피를 보아야 볼거리의 직성이 풀리는 문화. 물론 전쟁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던 시대적 흐름과 전통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유럽 여느 도시의 박물관을 가봐도 전쟁의 역사 일색이다. 반면, 동양인들의 축제에는 자연을 파괴하는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자연을 숭배하고 융화하며 자연의 일부임을 수용하는 문화의 비중이 훨씬 크고 넓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