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한 ‘고전적 민주주의’의 본질은 공동의 의지를 통해 공동의 선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라고 짚었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고전적 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의 의지가 ‘공동의 의지’로 반영됨에 따라 절대 다수의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등 절대적인 진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슘페터는 이러한 고전적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해 시민들의 마음을 현혹하는데만 치중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고전 민주주의란 민중이 지배하는 정치체제가 아닌, 민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가들의 경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슘페터가 주창한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민주주의를 ‘정치적 지도력을 장악하기 위한 자유 경쟁’이라고 명명했다. 그에게 민주주의란 정치적인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만 존재한다고 규정했다.
광주 민·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취재하며 슘페터가 지적한 ‘고전 민주주의’의 한계가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 민·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10명의 전남 국회의원들에게 몇 번이고 연락을 취했으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민감한 현안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입장 표명을 피했으며 심지어 동부권 의원들의 경우 “서부권에나 해당하는 일이지 동부권 의원들이 답을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태도에 국민의힘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은 “정부에서 민·군공항 이전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인 것에 얽매어 관련 논의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과연 의원들이 지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찬반을 떠나 지역민들의 한 표를 통해 당선된 자리인 만큼 지역민들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가. 민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경쟁 과정에서의 정치가 아닌, 민중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