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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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며
김철호 광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1팀장
  • 입력 : 2024. 11.18(월) 17:57
김철호 광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1팀장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WWSF(세계여성정상기금)에서는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11월19일을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2012년 아동복지법(제23조)을 개정해 아동 학대 예방의 날과 아동 학대 예방 주간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한국에서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명확화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이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치 근거,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 처벌 근거도 함께 마련됐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1990년대 후반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1998년 친부와 계모의 구타와 방치로 인해 맏이인 여아는 굶어 죽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집 앞마당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둘째 남아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이웃 주민의 신고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으로 극적 구조됐다. 또 다른 사건은 1999년 부모의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거부당한 채 방치돼 죽음을 앞둔 아이를 주변의 관심으로 발견해 안전하게 보호한 사례다.

2014년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각 경찰서에 학대전담경찰관(APO)이 배치됐고,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학대피해아동을 원 가정에서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또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영화 ‘어린 의뢰인’의 모티브가 된 2013년 경북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으로 계모가 당시 8세 의붓딸을 장기간 극심한 폭력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심지어 드럼세탁기에 의붓딸을 집어 넣어 돌리고, 배설물이 묻은 휴지를 강제로 먹게하는 등 엽기적인 행위가 이어졌다. 계모는 자신의 죄를 사망한 아동의 11세 언니에게 뒤집어 씌우려다가 경찰의 집요한 수사 끝에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가장 최근의 변화로는 2020년 서울 양천구 입양아 사망 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기점으로 현장조사(공공)와 사례관리(민간) 영역을 구분 짓게 됐다. 지난 2020년 10월부터 지자체에서는 순차적으로 아동보호팀을 신설했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아동학대 예방의 역사는 어린 영혼들의 희생이 있어야 개선되는 ‘사후약방문’이라는 특성이 있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2021 아동학대 예방 부모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중 94.2%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자녀와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양육방법 및 태도에 대한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미뤄 볼 때, 아동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변화, 사회적 인식변화 못지않게 부모에게 올바른 양육법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로 하여금 자녀를 체벌할 권리가 없음을 명확히 안내하고, 체벌 대신 자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양육을 하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민간단체와 함께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부모와 자녀 간 이해와 신뢰를 강조하는 ‘긍정양육 129 원칙’을 선포하고 긍정양육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도 긍정적인 부모-자녀 관계 형성과 아동존중의 양육태도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소통의 첫 걸음을 돕고자 ‘충분히 좋은 우리’라는 부모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법인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가정위탁지원센터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제18회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을 기념하며, 다시 한번 우리 주변의 모든 아동들이 학대로 고통받고 있지 않은지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좋은 어른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