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광국 도의원 |
사실 종교 절벽은 단순히 출가자나 신학생 수의 감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종교절벽을 다룬 한 언론기사에서 어느 종교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저출산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확산되고 집단 감염 확산과 관련된 종교계 이슈가 겹치면서 대중들이 종교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종교 절벽의 시대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갖춘 현대인들은 과연 행복할까? 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작년 10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 744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자살률은 2003년 이후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신앙을 강요하며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의 흐름에서 이제는 종교가 새롭게 변화해야 할 때이다. 하루에 자살자 수가 40명에 달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백만 명을 넘는 현실에서 종교가 대중에게 심리·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 주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새로운 발전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무안군 전통사찰 관음전 신축사업이다. 관내 전통 사찰에 새로 준공된 관음전은 불교인을 위한 신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춘 사회적 치유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로운 관음전의 외관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미려한 요소를 담았으며 관음전 내부에서는 치유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상담 센터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자비를 베푼다는 관음보살처럼 전통사찰의 이러한 변화는 종교 공간이 어떻게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음전 신축에 이바지한 공으로 감사패를 받으면서 종교의 변화와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종교계 스스로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시설이 단순히 기도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치유와 안정, 상담과 교육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타지역 방문객을 유치하여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려면 지자체의 현실적인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종교는 더 이상 단순히 신앙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과학과 합리주의가 강조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내면의 안정과 마음의 치유를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종교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하고, 여기에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관음전 신축사업은 그 작은 시작을 알리는 모범사례이다. 전통적인 사찰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치유와 상담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관음전은 종교가 현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회적·문화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단지 종교계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지역사회의 협력과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될 때 종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