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또 하나의 노벨상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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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정상연>또 하나의 노벨상을 바라며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 입력 : 2024. 11.11(월) 17:42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
날이 꽤 추워졌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낙엽이 지기도 전에 다가올 겨울이 걱정될 만큼 몸도 마음도 춥다. 아마도 각자가 처한 형편이나 시간들이 유난히 편치 않기에 그러할 것이다. 자꾸 옷깃을 여미게 되고 손은 호주머니로 향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수험생들은 입시 한파라는 징크스를 뒤로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전력을 다했다. 고등학교 3년을, 아니 초등학교 1학년부터 12년 그 이상의 긴 시간을 오로지 수능일, 그 하루를 위해 달려온 것이다. 수험생 당사자뿐만 아니라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까지,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향해 질주해왔다.

안타까운 것은 개개인의 재능과 꿈꾸는 미래가 한 줄로 세우는 수능의 높다란 장벽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계획이 수능일 하루에 결정될 것 같은 조바심에, 모든 교육적 논리와 가치관마저 혼란스러워질 수 있음이다. 영적 존재로서의 고귀한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 순간 입시 서열에 뒤엉켜 서울로, 의·치대로 내몰리고 있는 비정상적인 오늘의 민낯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타자와 구별되는 나만의 개성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모든 이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될 수 없고, 옳고 그름을 가름하는 판검사가 될 수 없는 법이다. 사람은 개인의 성격, 습관, 신념, 행동양식 등 여러 요소가 망라되어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특징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개성은 내부적 특성과 외부적 표현의 조합이며 개인의 삶의 방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최선의 모습으로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 이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만의 개성과 자긍심으로 현재의 내가 내일의 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대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한강(1970~) 작가처럼.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문학상의 수상자는 지금까지 한강을 포함해 121명이다. 그중 한강은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달았다. 글을 쓴 지 꼭 30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고 한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40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한강은 소설가 아버지를 둔 덕분에 글 쓰는 환경이 남들보다 더 좋았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인생사든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과 치열한 노력 없이는 얻어지는 것이 없는 법이다.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만큼 분명 많은 눈물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남들처럼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현실과 타협했었다면 오늘의 한강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할 때다.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바뀌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뛰어넘어 우주를 넘나드는 시대가 되었다. 나의 개성으로, 나만의 특화된 글로컬 인재의 모습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물리학, 의학 등 다방면의 노벨상 수상자를 29명이나 배출했다. 중국의 노벨상도 8명이나 된다. 2000년 노벨평화상, 2024년 노벨문학상. 이제부터다. 미래를 선도하는 창발자가 되어보자. 그러한 문화를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자.

마지막으로 담담하고 품위 있는 한강의 소감문을 다시 읽어본다.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