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
30여년 전, 김태홍 전 북구청장은 취임 직후 북구청의 담장을 허무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당시 관공서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시기였고, 북구청 담장 철거는 그러한 전통을 깬 신선한 시도였다. 물론 논란이 있었고, 이러한 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김 전 구청장은 구청을 시민들에게 더욱 개방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과감한 변화를 추구했다. 그의 시도는 이후 관공서가 담장 없는 개방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촉발하며, 행정이 시민과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광주시의 강기정 시장 역시 김태홍 전 구청장의 행보를 잇는 개방의 상징적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강 시장은 “시청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시청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시민들에게 더욱 열린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시청 앞의 축대를 철거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시청 정원 내 안내 표지판과 불필요한 구조물도 제거하고 탁 트인 경관을 마련했다. 이는 단지 시청의 개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시청을 친근하게 느끼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시청을 공공의 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화다.
이 같은 개방의 결과로, 광주시청의 광장과 정원은 이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문화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스트리트댄스 공연, 김치 축제, 문화 다양성의 날 행사, 시민의 날 기념식, 국제교류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시청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단순한 행정 공간을 넘어 문화예술을 누리고 소통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청 광장과 정원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행사는 자연스럽게 ‘시민이 주인’임을 느끼게 해준다.
광주시청이 시도한 이러한 변화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행정의 높은 담장이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행정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광주시청의 개방 정책은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며, 시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가까운 공공기관 역할을 실현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러한 변화가 때로는 느리게 진행되지만, 사회적 요구가 강해지면 급격히 가속화되기도 한다. 문화 또한 대체로 느리게 퍼져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한 번 힘을 받으면 빠르게 확산한다. 또한 사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광주시청의 개방 정책과 다양한 문화행사는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시민들은 시청을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소통과 문화의 공간으로 인식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광주시의 행정은 단지 물리적 담장만을 허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마음의 담장까지 허물기를 바란다. 모든 행정에는 그 과정에서 피와 땀이 서려 있으며 공직자들이 애쓰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행정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시민이다. 광주시가 보여주는 개방과 소통의 행정은,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광주시청의 개방 정책은 단순한 공간 개방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구한 문화적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김태홍 전 구청장의 시도를 잇는 강기정 시장의 변화는 시민 주권과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작은 변화로 시작됐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광주 시민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문화의 중심이 됐다. 광주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민들의 주권을 존중하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행정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수고하는 공직자들이 시민을 위한 행정에 매진하길 바란다.